먼저 미국 현지중계를 하게 되면서 시즌 전 행여 미국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첫 중계 이후 겹친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LA 다저스 박찬호가 3일 개막전에서 승리투수가 됐고 다음날인 4일에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이 곧바로 ‘1이닝 3K’의 홀드를 따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박찬호의 투구도 인상적이었지만 필자는 김병현의 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올해 스트라이크존이 높아져 투수에게 유리하게 됐다고는 하지만 언더핸드스로 투수인 김병현으로선 나아질 게 별로 없을 거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김병현은 4일 다저스전에서 ‘업 슈트’라는 떠오르는 직구로 마크 그루질라넥과 에릭 캐로스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는 또 지난 스프링캠프 때 연마했던 싱커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채 두 다리를 넓게 벌리는 엉거주춤 투구폼을 그대로 사용해 재미를 봤다.
김병현 같은 위력적인 공을 가진 투수는 괜히 새로운 변화구를 개발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입증한 경기였다.
허구연 (로스앤젤레스에서)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