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왜 나냐구요? 거기 하늘이 있으니까…"

  • 입력 2001년 4월 10일 18시 36분


김숙자씨(오른쪽)와 최대숙씨는 9살 터울이다.
김숙자씨(오른쪽)와 최대숙씨는 9살 터울이다.
▲패러글라이딩 즐기는 미스 최대숙-미시 김숙자씨▲

#어울리지 않는 미스와 미시의 만남.

최대숙. 나이 27, 유아교육전문업체 아이큐점프 방문교사, 쾌활한 성격으로 여고와 대학시절 ‘억순이’로 통함.

김숙자. 나이 36, 중학교 3학년짜리 외동딸을 둔 주부이자 음식점 경영, 내성적인 성격에 무서움이 많아 놀이기구는 회전목마를 타본 것이 전부.

과연 이들을 엮어주는 끈은 무엇일까? 그것은 하늘. 이들은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초보 플라이어들이다.

#비행하러 가는 길

한식날이자 식목일인 지난 5일. 이들 소속팀 날개항공클럽이 경기도 양평 유명산(해발 864m)에 간다기에 무작정 따라나섰다.

오전 9시 잠실서 출발, 광주 격납고에서 기체(패러글라이딩)를 챙겨 양평으로 가는 길은 성묘나온 차량으로 평소보다 무척 지체됐다. 최대숙씨는 “어머 어쩌지,이러다가 비행 한번도 못하는거 아니야.”라며 발을 동동거렸다.

집결지인 양평 한화콘도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

최대숙씨는 차에서 내리자 마자 먼저 와있는 김숙자씨를 보고 “언니 언제왔어? 차 많이 막히지 않았어? 호호호.”하며 호들갑을 떨고 김씨는 이런 아홉살 아래 동생을 보고 그저 웃기만 한다.

#베테랑이 돼가는 미스

4륜구동차 4대에 나눠타고 구불구불한 비포장산길을 지나 정상 활공장에 오른시간은 오후 1시. 윤 청회장의 기상브리핑이 이어진다.“남서풍에 풍속은 10∼13㎞/h로 아주 순한 바람입니다.하지만 터뷸런스(일종의 이상돌풍)는 항상 있으니 유의하기 바랍니다.”

베테랑 경정호씨가 윈드더미비행을 위해 타타닥 몇차레 발을 구르자 날개(캐노피)가 활짝 퍼지며 하늘로 붕 올라섰다. 윈드더미비행이란 혹시 돌풍발생지역이 있나 없나 이곳저곳 살펴보는 것. 패러글라이딩 전문가들 사이에선 ‘마루타’라고 불리기도 한다.

"난 이맛에 산다우." 유아교육 방문교사 최대숙씨가 발아래 산과 들을 구경하며 멋지게 비행하고 있다.

“이상무. 아주 양호합니다” 30여분의 비행 끝에 착륙한 경씨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이제는 비행순서를 정하는 시간. 이날 비행할 12명 중 맨처음과 맨나중은 베테랑이 맡는다. 이날이 7번째 단독 비행인 최대숙씨는 5번째, 처녀비행을 하는 김숙자씨는 7번째.

자기차례가 오자 최씨는 ‘와’소리를 지르며 이륙을 위해 뛰어갔다.

최씨가 어른머리만큼 하늘로 솟아오른 순간 윤회장이 다급히 무전기를 찾았다.최씨가 탄 패러글라이더의 날개 양쪽이 모두 찌그러져 있던 것. 한쪽은 부러진 나뭇가지가 걸려있었고 또 다른 한쪽은 줄이 꼬여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

“최대숙씨, 캐노피가 잘 안펴졌어, 당황하지 말고 양손으로 당겼다 놨다하면서 복원해봐.”

당황하지 말라는 윤회장의 목소리가 오히려 떨렸다. “알았어요, 잘 해볼게요”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최씨의 목소리가 더 침착하게 들렸다.

다행스럽게도 최씨는 20여분의 비행을 마치고 착륙했다.

#단독비행은 무산됐지만 처녀비행엔 성공

6번째 플라이어까지 모두 이륙하고 이제는 김숙자씨 차례. 옆에서 쳐다보니 잔뜩 얼어있다. 오후가 돼서 그런지 바람도 조금 세지는 듯 했다. 아니나다를까, 풍속을 체크하니 처음보다 최고 7㎞나 센 17㎞/h까지 나왔다.

윤회장이 “김숙자씨, 바람이 세져서 오늘 혼자 비행하기는 어렵겠는데요.” “두달반을 지상에서 뛰기만 하면서 기다렸는데, 오늘 비행하면 안될까요?” 당돌하다싶을 정도로 김씨는 완강했다.

“그러면 텐덤(2인1조)비행하세요. 네.”

김씨를 앞에 태우고 함께 나를 파이롯트는 다름아닌 김씨의 동갑내기 남편 유성재씨. 김씨는 지난해 3월 패러글라이딩을 배우기 시작한 남편을 따라다니다가 올 1월이 돼서야 자신도 배울 결심을 했다.

‘하나 둘 셋’ 구령과 함께 부부는 함께 하늘을 날았다. 단독은 아니지만 김씨에겐 생전처음 해보는 처녀비행. 20분간의 비행동안 부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무전기에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부부가 사뿐히 내려오자 착륙장에 모여있던 동료들이 박수로 맞이해줬다.

물론 가장 반갑게 달려온 이는 최대숙씨.“언니 축하해, 정말 해냈네.”

“대숙아, 내가 왜 이걸 배우겠다고 했는지 알아, 남편이 날 때는 몰랐는데 지난번에 네가 첫 비행하는 거보고 나도 해봐야지라고 결심했지.” 흥분해서 얼굴이 달아오른 김씨는 “다음번엔 꼭 단독비행해볼꺼야”라며 환하게 웃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3~6주 교육받으면 단독비행 가능▲

패러글라이딩에 입문하는 방법은 두가지. 일일체험코스는 하루안에 초보적인 기술을 익힌 뒤 적게는 수㎝에서 많게는 수m까지 몸이 뜨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참가비용은 5만원 안팍.

또 한가지는 기초교육과정에 정식으로 등록하는 방법. 지상교육을 3주내지 6주간 받은 뒤 비로소 단독비행에 나설 수 있다.

장비는 모두 대여하며 입회비 20만원에 월회비 5만원에서 월회비없이 연회비 40만원을 받는 등 클럽과 스쿨에 따라 비용차이가 많다.

전문가들은 안전성 때문에 동호인클럽보다는 인가번호가 있는 공인스쿨 등 오랜기간동안 많은 강습생을 배출한 스쿨을 권한다.

■전문 스쿨 및 협회

스쿨명

지역

대표

연락처

날개클럽

서울

윤청

02-927-0206

늘하늘스쿨

서울

한수정

02-444-7441,2

대웅스쿨

전북

김대웅

063-277-3262

탑플라이

대구

여왕동

053-983-8526

한국활공협회(www.khpga.org)

02-3431-8393

국민생활체육전국패러글라이딩연합회

(www.kpga.or.kr) 031-708-9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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