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에게 큰절을 하고 꽃가마까지 탔지만 장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모래판의 골리앗’ 김영현(LG투자증권)이 ‘찜찜한 우승’으로 올 시즌 첫 백두장사에 올랐다.
김영현은 13일 보령 대천체육관에서 벌어진 보령장사 씨름대회 백두장사 결승전에서 신봉민(현대중공업)에게 기권승을 거둬 장사 타이틀을 차지했다. 신봉민이 결승전 둘째판을 벌이는 도중 경기장 밖으로 떨어지며 부상하는 바람에 경기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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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장사 결승전 두고 논란 |
첫판은 안다리 공격을 성공시킨 신봉민이 먼저 따냈다.
문제가 생긴 것은 둘째판. 밀어치기를 시도하던 김영현이 신봉민을 밀어붙이다 함께 경기장 밖으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신봉민은 오른쪽 무릎을 심하게 다쳤고 김영현 역시 머리에 부상했다.
1분간의 치료를 받은 신봉민은 경기를 계속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고 한국씨름연맹은 ‘부상에 의해 경기를 속개할 수 없는 경우는 기권패로 처리한다’는 규정을 들어 김영현의 승리를 선언했다.
씨름연맹의 이런 결정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현대측은 “김영현이 이미 모래판을 벗어난 신봉민을 어깨로 계속 밀어붙인 것은 고의성이 짙다”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일부 관중도 어설픈 승부 결정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연맹측은 “일단 규정에 따라 장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추후 상벌위원회를 열어 김영현이 고의적으로 신봉민을 밀었는지 여부를 규명해 처리하겠다”고 해명했다.
민속씨름 출범 이후 결승전에서 부상에 의한 기권으로 승패가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두장사순위〓①김영현 ②신봉민 ③김경수(LG) ④염원준(LG) ⑤이태현(현대) ⑥윤석찬(현대) ⑦권오식(현대) ⑧김봉구(신창)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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