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부산 구덕운동장. 부산 아이콘스―부천 SK의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본부석 오른쪽 골대 뒤에 있던 부천 조윤환 감독이 머리 위를 스쳐가는 볼에 깜짝 놀라며 이렇게 내뱉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볼은 조감독을 향해 날아들었다.
스트라이커 이성재가 슈팅한 볼이 골포스트를 스쳐 지나며 공교롭게도 조감독 쪽으로 날아든 것.
조감독은 최근 나사가 풀렸다며 ‘이성재 군기 잡기’에 나섰었다. 최근 두 경기에서 아예 출전시키지 않는 극약 처방까지 썼다. 정신을 차렸는지 이성재는 16일 연습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어필했다.
조감독은 이만하면 됐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이성재를 선발로 내보냈고 바람을 가르는 강한 슈팅에 흡족한 표정.
홈팀 부산의 김호곤 감독. 그는 경기 전 종이 쪽지에 쓰인 뭔가를 들여다보며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에베 마스(많이 움직여라)’, ‘아따께 알아르꼬(문전 쇄도)’ 등 한국어 스페인말 메모가 빽빽이 적혀 있었다. 바로 팀 공격의 젖줄인 콜롬비아 용병 하리에게 경기도중 작전 지시를 하기 위해 준비해 둔 것. 김감독은 경기 직전 ‘오이마모스 아 뜨라비하르 운 빌꼬마스(오늘 더 열심히 하자)’라며 하리에게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플레이에 입술이 타는 감독들. 이런 마음을 선수들이 알까.
<부산〓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