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박찬호 패배는 '동료에 대한 배신감?'

  • 입력 2001년 4월 19일 16시 11분


박찬호의 초구를 통타 역전홈런을 날린 배리 본즈가 배트보이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즐거워하고 있다.[AP]
박찬호의 초구를 통타 역전홈런을 날린 배리 본즈가 배트보이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즐거워하고 있다.[AP]
‘야구는 멘탈게임’

박찬호가 시즌 첫 패배의 아픔을 당한 19일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전은 야구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이 승패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준 한판이었다.

박찬호는 2회 1사후 갑작스런 제구력 난조로 징검다리 볼넷을 허용 2사 1,2루의 위기를 자초하더니 2점을 먼저 내줬다.

하지만 다저스가 3회1점, 4회1점을 뽑으며 곧바로 반격을 가하자 금새 안정 됐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기 때문. 이는 박찬호의 투구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2회 무려 25개의 많은 공을 던졌던 박찬호는 1점을 추격한 3회말 수비에서는 12개, 동점이 된 4회에는 단 6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이닝을 갈무리했다.

숀 그린과 에릭 캐로스의 적시타로 4-2 역전에 성공한 7회말에는 이날 경기들어 가장 빛나는 투구를 했다. 선두타자 바비 에스테레라와 대타 페드로 펠리스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운 것. 승리를 확신하고 일구일구에 혼을 실어 던진 박찬호의 공을 공략하기란 무척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믿었던 ‘도우미’게리 셰필드의 보이지 않는 실책 하나에 박찬호는 와르르 무너졌다. 마빈 버나드의 좌익수 플라이를 셰필드가 어이없이 놓친 것. 셰필드의 글러브를 맞고 튕겨나간 버나드의 타구는 웬만한 야수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평범한 타구였다.

이닝을 마무리 할 것으로 지레 짐작했던 박찬호는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무척 당황스러워 했다. 동료의 실수하나가 박찬호의 심리적인 안정감을 순식간에 무너뜨린 것.

허탈한 마음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다음 타자를 맞이한 박찬호는 어설픈 변화구를 던지다 리치 오릴리아가에게 동점 홈런을 얻어 맞았다. 셰필드의 에러 이후 허탈해 하는 박찬호를 진정시키기 위해 벤치에서 한번쯤 마운드에 올라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

동점홈런이후 승리 가능성에 회의를 품은 박찬호는 앞선 3번의 타석에서 삼진과 두번의 중견수 플라이로 가볍게 요리했던 배리 본즈에게 역전홈런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와 무거운 발걸음으로 덕아웃을 향했다.

제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혼자 경기를 책임질 수는 없다. 가뭄에 콩나듯 작성되는 퍼펙트경기도 투수가 동료 야수들의 수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이뤄지지 않는다. 한 투수가 27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 퍼펙트경기를 성공한 적은 아직 단 한번도 없기때문이다.

야구에서 동료들에 대한 서로간의 믿음은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박찬호의 이날 패배는 동료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결과였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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