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포커스]"기다림의 승리를 맛본 안정환,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데"

  • 입력 2001년 4월 23일 11시 46분


'기다림의 미학'이 드디어 웃음을 가져다주었다.

장장 9개월간을 인고의 세월속에서 보내야 했던 안정환(25,페루자).

출중한 기량을 가졌다는 주위의 평가속에서도 유독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쓰디쓴 마음고생을 했던 그가 이탈리아 진출 9개월만에 첫골에 성공했다.

단순한 데뷔골이라면 그 의미가 축소되겠지만 한국에서 스타로 자리잡았던 그가 이탈리아 진출 이후 냉혹한 현실속에서 냉대를 받았으니 그 마음이 오죽했겠는가?

오죽하면 히딩크 한국축구대표 감독이 자주 선발로 나설 수 있는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충고를 할 정도로 그는 출장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스타의 기질을 지니고 있던 안정환은 언제가 다가올 기회를 위해 쉼없는 준비를 해왔다.

선발은 고사하고 출전명단에 올라있지 않는 상황에서도 안정환은 경기를 쳐다보는 눈빛이 남달랐다.

언제가 사냥터에 나설 어린 맹수처럼 쉼없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맞은 기회.

팀내 라이벌인 사우다티를 대신해 후반전에 투입된 안정환은 흔치 않은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2-3의 뒤진 상황에서 경기 종료 30여초를 남기고 동점골을 터트렸으니 감독이나 팬들에게 심어지는 인상은 평범을 넘어서기에 충분했다.

지난 8일 볼로냐전에서는 첫 어시스트를 기록,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시작한 안정환은 뇌리에 확실하게 남을 수 있는 동점골로 팀내 라이벌들을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게임이 끝난 이후 '테리우리' 본연의 맑은 미소를 선보였다.

승자만이 갖을 수 있는 여유와 함께...

하지만 그를 지켜보고 있는 우리들은 알 수 있었다.

그 미소를 짓기 위해 젊은 스타 안정환이 얼마나 심한 고생을 해 왔는지...

안정환은 지난 9개월간 쏟은 피눈물들로 인해 이제 서서히 결실을 보여주려 한다.

기다림의 승리라고 아직은 말하기 이른 단계지만 지금까지 참는 방법을 터득한 안정환이기에 지금부터의 승부가 기대된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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