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세계선수권]북한 정광혁 "아버지는 감독님이야요"

  • 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29분


북한의 정광혁 선수
북한의 정광혁 선수
25일 오전. 제4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 중앙체육관 연습장에서는 한국의 이철승(삼성생명)과 북한의 정광혁(23)이 공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스파링 파트너’역할을 해 주고 있었다.

이날 이철승과 연습을 함께 한 정광혁의 감회는 남다르다. 사실 정광혁은 ‘아버지의 고향’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게 된 셈. 정광혁은 오사카에서 활약하던 재일 북송 동포 탁구인 정길화씨(64)의 아들. 정길화씨는 일본에서 태어나 50년대 후반 나카무라 요시가즈라는 이름으로 오사카 간사이학원대 소속으로 뛰었던 인물. 당시 정길화씨는 대학 대회에서 54년과 56년 세계탁구선수권 단식을 2연패했던 ‘일본의 자랑’ 오기무라 이치로(전 세계탁구연맹 회장)를 꺾었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었다. 59년 북송선을 탄 정길화씨는 61년 베이징세계선수권대회에 북한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지도자와 국제 심판으로 탁구계에 계속 몸담은 정길화씨는 89년까지 북한 대표팀 코치를 지내기도 했다. 93년 평양 모란봉 팀의 코치를 끝으로 지도자 생활을 은퇴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곱 살 때부터 라켓을 잡은 정광혁은 현재 아버지가 코치로 있던 모란봉 팀 소속. 그러나 정작 정광혁은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바빠서 직접 지도를 받을 기회는 적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97년부터 북한 대표선수로 뛴 정광혁은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지만 아직은 아버지보다도 실력이 모자라는 것 같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오사카〓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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