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25·삼성증권).
지난해 US오픈 16강과 삼성오픈 4강에 오르며 한국 테니스 역사를 다시 쓴 그는 올해 초 번번이 1회전 탈락의 아픔을 곱씹어야 했다. 단 1승도 올리지 못하면서 주위로부터 ‘찻잔 속 태풍’이라느니 ‘한때 반짝’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이형택의 생각은 달랐다. 눈부신 성적을 거둔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에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9월에야 비로소 시동이 걸렸다는 게 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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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해 ‘마수걸이 승리’를 못 올렸을 뿐 경기 내용은 괜찮았다는 평가였다. 사실 1월 호주오픈에서는 강호 니콜라스 라펜티(에콰도르)와 5세트까지 접전을 치러 패했고 사이베이스오픈에서는 최강 안드레 아가시(미국)와 3세트 승부 끝에 1―2로 아쉽게 주저앉은 것.
거듭되는 패배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은 이형택이 ‘큰 사고’를 쳤다.
2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투어 버라이즌 챌린지(총상금 40만달러) 단식 2회전(16강).
이틀 전 시즌 투어 첫승을 거둔 세계 랭킹 79위 이형택은 한때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세계 32위의 마이클 창(미국)을 2―0(6―4,7―6)으로 누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8강 진출로 랭킹 포인트 40점을 확보한 그는 다음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두계단 이상 뛸 전망.
이형택은 28일 세계 92위의 왼손잡이 스테판 쿠벡(오스트리아)과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쿠벡과는 99년 삼성오픈 1회전에서 한차례 맞붙어 분패했다. 당시 이형택의 랭킹은 고작 302위였으며 쿠벡은 44위였다. 따라서 기량과 경기 운영능력에 눈을 뜬 이형택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이날 이형택은 1세트에서 포어핸드 공격을 위주로 한 창에 맞서 과감한 다운 더 라인 공략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첫 세트를 따내 상승세를 탄 그는 2세트 들어 2―4까지 뒤져 위기를 맞았으나 내리 3세트를 잡아 분위기를 살렸고 6―6 타이브레이크에서 7―3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한편 올 호주오픈 챔피언 안드레 아가시는 세계 143위 니콜라스 토만(프랑스)에게 0―2로 완패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