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메이저리그 최고의 화제거리는 단연 랜디 존슨이었다. 지난주 일 신시내티 레즈 전에 선발 등판한 존슨은 9이닝동안 무려 20개 탈삼진 기록을 작성하는 빛나는 활약을 선보였다.
정규 이닝 20 탈삼진 기록은 메이저리그 타이 기록.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봐도 단 3명의 투수만이 존슨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가 보스턴 소속으로 2번 달성했고(1986년 4월 29일 - 시애틀 전, 1996년 9월 18일 - 볼티모어 전) 3년전 당시 루키 돌풍을 일으킨 캐리 우드(시카고 컵스)가 휴스턴 전에서 20탈삼진 기록을 수립했다.
존슨은 이날 124개의 투구수 중 92개가 스트라이크로 기록될만큼 정확한 컨트롤을 자랑했고 볼넷은 단 1개도 기록하지 않았다. 8회까지 18개를 기록한 존슨은 9회 대타로 선두타석에 들어선 디온 샌더스를 삼진 처리한 뒤 2사후 후안 카스트로를 마지막 20번째 탈삼진 제물로 삼으며 이와 같은 대기록을 수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존슨은 이처럼 눈부신 역투에도 불구하고 팀이 1-1 동점을 기록해 연장전을 펼치는 바람에 승리투수로 기록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2. 텍사스의 부진은 언제까지.
2주전 감독 교체라는 홍역까지 치루며 분위기 쇄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텍사스의 부진이 지난주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감독 교체후 첫경기인 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전에서 모처럼 호투를 펼친 라이언 글린의 활약으로 연패의 사슬을 끊으며 가능성을 보였던 텍사스는 이후 내리 6연패를 당하며 다시 연패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성적보다도 텍사스를 더욱 더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팀워크의 분열. 스타 플레이어들의 집단답게 팀워크에서 전혀 응집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
팀투수력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지난주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치며 팀연패의 최대 원인을 제공했고 최근 들어 트레이드 설이 나돌고 있는 이반 로드리게스는 왼쪽 발꿈치에 타박상을 입으며 부상자 리스트에 올라간 상태.
현재 텍사스의 성적은 13승 23패로 리그 최하위. 8800만불에 달하는 높은 페이롤과 슈퍼스타들이 몰려있는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텍사스의 성적은 갈수록 하락세이다.
3. 시드니에서 빅리그 정상까지 - 덕 민트케이비츠, 벤 쉬트
덕 민트케이비츠와 벤 쉬트. 시드니 올림픽에서 미국에게 금메달을 안긴 주역들이다.
사실 이들의 이름은 국내 팬들에게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민트케이비츠는 한국전에서 극적인 홈런 2방을 안기며 우리에게 좌절을 안겨다 준 선수이고 쉬트는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쿠바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투수이다.
시드니에서의 성공으로 빅리그 자리를 보장받은 이들은 현재까지 기대이상의 활약을 선보이며 팀의 확실한 주전 멤버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먼저 벤 쉬트. 쉬트는 스프링 캠프때부터 일찌기 팀의 제 5선발 자리를 확보하며 올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초반 2경기에서 2패, 방어율 6.00의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마이너로 강등당하며 올림픽에서의 화려한 명성에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그러나 4월말 빅리그에 재진입한 쉬트는 지난달 29일 몬트리올 전에서 6이닝을 2실점으로 막으며 첫 승리를 기록한 이후 애틀란타 전(6이닝 무실점, 시즌 2승)에 이어 지난주에는 상승세의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올시즌 가장 긴이닝을 7이닝을 소화해 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빅리그에 재진입한 이후 3연승의 상승세. 쉬트는 이기간 동안 19.1이닝 동안 단 3실점밖에 하는 않는 역투로 마이너 강등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현재까지 쉬트의 성적은 3승 2패, 방어율 3.12. 이제는 빅리그 타자들에 대한 적응력도 갖추기 시작한 쉬트이기에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쉬트와 달리 덕 민트케이비트는 초반부터 돋보이는 활약을 선보이며 소속팀인 미네소타 돌풍의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까지 민트케이비츠의 성적은 타율 0.406, 7홈런, 28타점. 타격부분에서 당당히 아메리칸리그 2위에 랭크되어 있고 팀내에서는 모두 1위의 기록이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됐던 파워 부분에서는 7할대에 근접한 장타율(0.698)을 기록하며 이와 같은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4. 클리블랜드 10연승
지난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상승세는 단연 돋보였다. 비록 지난주 11일 캔자스시티전 패배로 연승 행진은 멈췄지만 지난달 29일 텍사스전 승리를 시작으로 무려 10연승을 질주하며 단숨에 리그 선두권으로 뛰쳐나갔다.
클리블랜드는 지난주 10연승 포함 최근 13경기에서 12승 1패를 거두는 놀라운 성적을 유지하며 현재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올시즌 최고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네소타와 공동선두를 형성, 2년만에 패권 탈환을 위한 순조로운 진행을 펼치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연승 기간동안 투타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선발진 가운데서는 데이브 버바가 3승을 거두며 맹활약한데 이어 척 핀리, 바톨로 콜론이 각각 2승씩을 그리고 루키 투수인 C. C. 사바시아도 2승을 거두며 마운드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타석에서는 올시즌 새롭게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은 후안 곤잘레스가 과거의 타점머신 다운 활약을 선보이며 완벽한 부활을 선언했고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테이블 세터 3인방의 활약도 큰 힘이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10연승의 일등 공신은 전혀 의외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마티 코르도바의 존재. 올시즌 클리블랜드에 입단했지만 그리 큰 활약을 기대하지 않았던 코르도바는 연승 기간동안 5할이 넘는 타율(41타수 21안타, 4홈런, 18타점)을 기록하며 팀타선의 새로운 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5. 마이크 햄튼의 성공시대
록키산의 웅장한 모습도 쿠어스필드의 희박한 공기량도 마이크 햄튼 앞에 서면 작아질 수 밖에 없었다.
콜로라도의 에이스 햄튼이 지난주 10일 전 소속팀 뉴욕 메츠를 상대로 9이닝동안 7안타만을 허용하는 빼어난 역투를 펼치며 자신의 올시즌 첫 완봉승을 거뒀다. 새로운 홈구장인 쿠어스필드에서도 첫 완봉승.
올시즌 콜로라도로 이적한 햄튼에 대해 대부분의 예상은 절반의 성공 정도였다. 즉 햄튼의 피칭 특성상 데릴 카일처럼 참담한 실패를 경험하지는 않겠지만 과거와 같은 탑 클라스의 투수로 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햄튼은 이러한 예상을 비웃기라고 하듯 5승 무패, 방어율 2.34라는 빼어난 성적을 남기고 있다. 특히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에서의 성적(4경기, 3승, 방어율 2.30)이 원정경기 성적(3게임, 2승 방어율 2.38)을 능가해 그에게 막대한 돈을 투자한 콜로라도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햄튼의 성공 요인은 그의 위력적인 컷 패스트볼과 더욱 더 정교해진 컨트롤. 그라운드 볼과 플라이 볼 비율(89/41)이 2:1을 능가할 정도로 플라이 볼 허용 자체를 봉쇄하고 있고 여기에 예년에 비해 더욱 더 날카로워진 컨트롤이 뒷받침 되면서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우는 쿠어스필드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6. 와일드 엔킬, 드디어 마이너행.
차세대 포스트 랜디 존슨 일순위로 손꼽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좌완 투수 릭 엔킬이 드디어 마이너 행을 통보받았다. 지난시즌 포스트 시즌 이후 컨트롤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엔킬은 결국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마이너 추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맛보아야만 했다.
엔킬은 지난주 11일 피츠버그 전에 선발등판했지만 볼넷과 와일드 피칭을 난발하며 역시 컨트롤에 난조를 보였다. 결국 3이닝동안 5개의 볼넷을 허용하고 3실점한체 강판, 올시즌 들어 연속되고 있는 부진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아 팀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까지 엔킬의 성적은 1승 2패, 방어율 7.13.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24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허용한 볼넷 수가 25개라는 점이다. 또한 단 1번도 5이닝 이상을 투구해 본적이 없을 정도로 선발 투수로서도 낙제점에 가까운 엔킬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엔킬에 대한 팀의 기대는 여전하다. 세인트루이스의 감독인 토니 라누사는 여전히 엔킬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며 다시 빅리그로 돌아오면 선발투수로 중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7. 5월 세째주 프리뷰
이번주 최고의 관심을 끄는 팀은 뉴욕 메츠. 지난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인 뉴욕 메츠는 지난주 5연패를 당하며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해 있다. 이번주 일정은 샌디에이고, LA 다저스와의 6연전. 모두 서부지구 팀들로 만만치 않은 상대이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6연전이 모두 홈경기로 펼쳐진다는 점.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는 바비 존슨와의 맞대결이 포함되어 있어 큰 눈길을 끈다. 지난시즌까지 메츠의 간판 투수로 활약하다 팀에서 방출당한 바비 존스(샌디에이고)는 3연전 첫경기에 선발 등판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주 주말에 벌어지는 시애틀과 뉴욕 양키즈의 대결은 최고의 빅카드.
홈에서 치욕적인 3연패를 당했던 양키즈가 적지에서 어떤 내용을 보여줄지 흥미롭다. 투수 로테이션에서는 양키즈가 다소 불리한 상황. 로저 클레멘스가 마지막 경기 등판이 예상되지만 올란도 에르난데스, 테드 릴리 등 팀의 4, 5선발투수의 등판이 예정되어 있어 시애틀의 상승세를 얼마나 견뎌낼지 의문이다.
보스턴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키즈로서는 이번주 벌어지는 오클랜드-시애틀로 이어지는 서부원정이 부담스러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dream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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