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히딩크 감독 "생각하는 축구 이제 눈떠"

  • 입력 2001년 5월 14일 18시 37분


히딩크 감독이 1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컨페더컵대회를 비롯해 향후 대표팀의 운영 방안을 밝히고 있다.[권주훈기자]
히딩크 감독이 1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컨페더컵대회를 비롯해 향후 대표팀의 운영 방안을 밝히고 있다.[권주훈기자]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책임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2001컨페더레이션스컵 준비에 여념이 없는 거스 히딩크(55)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한국축구가 세계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책 담당자들이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한다 고 거듭 강조했다.

히딩크 감독을 14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컨페더레이션스컵 구상을 포함해 2002월드컵까지의 청사진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히딩크 대표팀감독 동영상 인터뷰

-제3기 히딩크 사단에 이동국 안정환 등 영파워 핵심 선수가 빠졌는데 어떤 생각으로 공격진을 이끌 생각인가. 어리고 가망있는 선수들을 컨페드컵처럼 큰 대회에서 경험을 쌓게 해야 하는 것 아닌지….

이동국과 안정환이 빠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최근 안정환의 활약상이 뛰어난데 좀더 지켜볼 생각이다. 나는 누누이 얘기하지만 계속 경기에 뛰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뛸 상태가 돼 있는 선수를 기용할 것이다. (이번에도 히딩크 감독은 빅리그는 아니지만 벨기에 리그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설기현을 예로 들며 경기경험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미드필드에 플레이메이커를 두지 않는데 한국 선수들이 실력이 없어서인가?. 어떤 계획을 갖고 미드필드를 운영하고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의 지단 같은 훌륭한 선수는 드물다. 플레이메이커는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뛰어나야 한다. 그만큼 강한 훈련을 통해 다듬어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선수를 만들 시간이 없다.

-한국축구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지적받는 수비 라인은 어떻게 보완하나.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수비 라인이란 따로 없다. 상대편이 공을 잡는 순간 모든 선수들이 수비수가 되는 것이다. 미드필더 스트라이커가 모두 맡은바 수비에 가담해야 하는 것이다. 골을 먹었을 때 수비에 책임을 돌리는데 전체적인 팀워크의 문제다.

-한국선수의 장단점을 냉정하게 평가해 달라. 아울러 히딩크 감독의 선수 선발 기준이 체격과 파워 위주인데 아시아인인 이상 어차피 유럽에는 어려운 것 아닌가.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시아 선수들이 약하다고들 말하는데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계속 그렇게 생각하는게 문제다. 그렇게 자포자기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좀더 세계수준으로 다가설 수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히딩크 축구 의 색깔은 어떻게 봐야 하나.

선수들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직 더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선수들이 자기 포지션에서 어떤 플레이를 해야할 지를 파악하고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세계최강 프랑스를 꺾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한국팀은 강팀을 만나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좀더 긍적적으로 나서야 한다. 프랑스와 같은 강팀과 싸운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플레이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앞으로도 강팀과 경기를 많이 가질 예정이다.

-스페인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네덜란드팀을 이끈 경력이 있는데. 이들은 세계적으로 명문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한국팀은 이에 크게 못미친다. 현재 한국팀을 지도하면서 느낀 차이점은 없나.

차이점이 많다. 네덜란드나 스페인 선수들은 실력이 뛰어나 자기 포지션에서 어떠한 플레이를 할 수 있어 감독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하지만 개성이 너무 강해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다. 한국선수들은 이에 비해 수동적이다. 감독이 시키는데로만 한다. 그러나 한국선수들도 훌륭하다. 나는 선수들이 더욱 경쟁력을 갖추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축구팬들은 히딩크 감독에게 월드컵 16강 숙원 이상의 무엇 을 원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때까지 한국축구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의외의 질문이었는지 좀 망설이다가) 어린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좋은 훈련프로그램을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우리 코칭스태프는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훈련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얘기하는 축구의 철학을 잘 이해한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한국축구가 발전하기 위해 가장 저해되는 요소가 무엇인가. 또 그 대책은….

선수들이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는 18~23세때 군에 입대해야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축구 강국을 한번 보라. 18~23세때 모두 명문클럽에서 열심히 뛰기 때문에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결국 정책 담당자들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를 인식만 하지 말고 제발 풀길 바란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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