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요일 오후 경기 가평군 금대리 클럽보드로 향하는 길은 ‘햇살반 물반’이었다.
춘천으로 향하는 45번 국도를 따라 양수-송촌-삼봉-금남리를 지나 다시 46번 국도와 군도를 타고 가평 금대리까지 가는 길은 수상 레포츠 천국. 길가엔 ‘초보자 환영’이란 대형 현수막이 꼬리를 물었다.
‘양 김(金)씨’는 일찌감치 도착해 몸을 풀고 있었다. 김수경씨(31)와 김현자씨(여·30). 조만간 백년가약을 맺을 이들은 지금 둘다 ‘백수’다. 그렇다고 대책없는 한량은 아니다. 수경씨는 한 때 개업을 했던 한의사이고 미술학도 출신인 현자씨는 잘 나가는 패션 모델로 활약했던 경력의 소유자.
이들을 ‘백수’로 내 몬 건 웨이크보드. 이들을 맺어준 것도 웨이크보드였다.
“새벽부터 밤까지 병원 일에 매달려 지냈죠. 그러다 문득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웨이크보드를 알게되면서 지난해 병원문까지 닫고 태국과 미국에서 웨이크보드 기술 연마에 매달렸습니다.” 수경씨의 얘기다.
현자씨 역시 모델 시절 몸매 관리를 위해 각종 레포츠를 즐기던 중 4년전 웨이크보드에 접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모델일을 접고 웨이크보드와 열애를 하던중 PC통신 동호회에서 수경씨를 만났다.
#물 위의 연인.
모터 보트의 굉음과 함께 손에 쥔 라인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순간 바지(선착장)위에 있던 수경씨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물위로 사뿐 뛰어올랐다. “오빠. 멋지게 한 번 해봐.” 모터보트 위 현자씨의 재촉에 라인 끝에 매달린 수경씨가 환하게 웃는다. 수경씨의 웨이크보드가 강 한가운데로 나오자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보트의 속도가 높아지면서 옆으로 도는 스핀, 앞뒤로 공중 제비돌기를 하는 플립 등 갖가지 묘기가 물위에 펼쳐진다.
그러나 아차하는 사이 수경씨의 몸이 물속에 곤두박질쳤다. 가장 어려운 기술인 오프엑시스(몸을 45도 비틀며 하는 플립)를 시도하다 타이밍을 놓친 것. “아직 몸이 덜 풀린 것 같아요.” 캠코더 촬영을 하던 현자씨가 속상한 듯 한숨을 내쉰다.
보트가 바지로 돌아가자 이번엔 현자씨가 물위로 뛰어 들었다. 수경씨처럼 힘이 넘치진 않아도 여자 특유의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물결과 입맞춤한다. 플립도 수경씨 못지 않다. 이윽고 다시 돌아가는 길. 둘은 나란히 수면의 ‘잉꼬 블루스’를 연출했다.
#현대인의 만병통치약.
다시 바지위. 수건으로 물기를 훔쳐내던 수경씨가 한의사답게 웨이크보드 예찬론을 편다. “요즘 허리 아픈 분들이 많죠. 사무실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있고 안 걷기 때문이죠. 대부분은 허리와 다리가 약해져 신장과 방광이 안좋기 때문입니다. 웨이크보드를 하면 등을 주관하는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을 강화해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
모델 출신 현자씨의 보충설명도 여성이라면 귀가 번쩍 뜨이는 말. “배와 팔에 힘을 많이 줘야하는 만큼 군살 제거에 안성맞춤이죠, 게다가 힙업까지 되거든요.”
<가평〓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북한강변에 시설 40여곳…1회 강습료 1만8000원
최근 웨이크보드 동호인 수는 수상스키를 앞지를 정도로 폭발적인 증가세다. 슬라롬 외에 큰 기술을 부릴 수 없는 수상스키에 비해 플립 스핀 등 수십가지 기술을 터득하는 재미가 남다르기 때문.
첫 날 초보자의 경우 2회 강습에 5만원을 내야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한 번에 1만8000원(수상스키 1만5000원)을 내면 된다. 한 번 탈때마다 체력 소모가 심해 웬만한 사람도 하루 3회 이상 못탄다. 특히 가족은 공짜로 모터보트에 승선해 웨이크보더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
초보자는 수영복만 준비해 가면 된다. 보드를 비롯한 모든 장비가 현장에 비치돼 있고 임대료는 없다.
전국 각지에 시설이 있지만 역시 메카는 북한강변. 워커힐호텔을 출발 45번 국도를 따라가면 양수대교를 지나면서부터 송촌 삼봉 금남리 일대에 20여곳이 밀집돼 있고 다시 46번 국도로 합류해 대성리쪽으로 가면 10여 곳이 있다. 이 길을 따라가다 청평댐이 보이는 지점에서 호명리쪽으로 우회전해 강곁을 따라가면 2차로 군도를 따라 다시 10여 곳이 밀집돼 있다. 다소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취향이라면 45번 국도변, 한적한 분위기가 좋다면 청평댐을 지나 가평쪽으로 가는게 좋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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