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끝난 제2회 숭민배여자축구대회에서 철벽 골키퍼로 명성을 떨친 숭민원더스 여자축구단의 김미정(23)은 ‘방황과 좌절’을 이기고 한국 여자축구 부흥의 기수로 뛰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자 골키퍼다.
경기 이천시 설봉중 2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김미정은 오산여종고(현 오산정보고)와 한양여대를 거치며 한국 여자축구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99년초 한양여대를 졸업할 때도 인천제철에서 입단 손짓을 받았다.
하지만 김미정은 어릴 적부터 그려온 교사에 대한 꿈을 이루고 싶어 축구를 그만두고 사범대 체육교육학과 입학시험을 준비했다.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 서울 강남의 편의점과 커피숍에서 일을 하면서 열심히 편입공부를 했지만 쉽지 않았다.
‘축구나 계속 할 걸’하며 방황에 빠져 있을 때였다. 평소 적당한 골키퍼감이 없어 고민을 하던 여자국가대표팀 유기흥 감독이 그를 ‘방황의 늪’에서 구해줬다. 1m72, 63㎏으로 골키퍼로선 최적의 조건을 갖춘 김미정을 유 감독은 평소 국가대표감으로 눈여겨봐두었던 것.
김미정은 8개월 가까이 공을 놓은 상태라 체력훈련부터 다시 해야 할 상황이었으나 “이젠 축구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 훈련에 온몸을 던졌다. 그리고 불과 3개월 만에 김미정은 숭민원더스 유니폼을 입었고 지난해 대통령배와 코리안리그, 숭민배에서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국내 최고의 골키퍼로 다시 태어났다. 올 숭민배에서도 혼신을 다해 골문을 지키느라 발목을 접질렸고 온몸엔 멍 투성이였다. 그러나 김미정은 “이젠 축구 외엔 절대 딴 생각 안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