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21일 새벽 뉴욕 닉스전에서도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의 능력을 재는 잣대인 퀄리티피칭(6이닝 3실점)을 했다. 경기 후 짐 트레이시 감독도 박찬호의 피칭결과에 대체적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박찬호의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경기내내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의 몸이 정상이 아니란 걸 화면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
날씨도 박찬호의 정상적인 투구를 막는 악재로 작용했다. 섭씨 11도의 쌀쌀한 날씨 속에서 박찬호의 허리 근육이 평소보다 더욱 긴장한 것은 당연. 변화구 컨트롤이 되지 않았고 직구마저 높게 떴다. 몸을 끝까지 끌고나오지 못해 릴리스 직전 잡아채는 맛이 없었기 때문. 111개의 투구수 중 스트라이크는 68개.최고 구속은 1회 두 차례 기록한 153㎞였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악조건 속에 나름데로 호투한 박찬호의 이날 경기에서 2회 갑자기 집중력이 흐트러진 점은 무척 아쉬운 대목.
박찬호는 1회말 삼진 2개를 낚으며 실점없이 넘겼으나 2회부터 갑자기 컨트롤을 잡지 못해 고전했다.첫 타자 토드 질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2사 후 8번타자 레이 오르도네스와 9번타자 투수 릭 리드에게 연속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하며 2점을 뺏겼다.
쿠바 출신의 오르도네스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유격수 중 한명이지만 타격엔 소질이 없는 '물방망이' 라 아쉬움은 더욱 컸다.투수인 리드에게 적시타를 얻어 맞은 것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박찬호는 지난해까지 이런 모습을 자주 노출했었다. 4회나 5회까지 완벽한 제구력을 보여주다 한 이닝에서 갑자기 흔들린 후 다시 안정을 찾곤했다. 이런 모습은 특급 투수로 성장하려는 박찬호로선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이다.
박찬호는 현재 100%의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상태는 아니다.팀 사정,제2선발,시즌후 FA가 되는 상황등이 두루 겹쳐 정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역투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역투에도 불구하고 승부의 고비에서 허용하는 실점은 내용이 매우 좋지 않다.에이스급으로 도약하는 박찬호로서는 이제 이런 실수는 하지말아야 한다. 특급투수로의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9이닝동안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한필환/동아닷컴 기자 feelhw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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