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축구전문 주간지 ‘사커 매거진’이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2페이지에 걸쳐 꾸민 황선홍(33·가시와 레이솔) 특집 전문이다.
이 잡지는 “김도훈이나 설기현도 우수한 스트라이커지만 최전방 원톱으로서 듬직하게 볼을 지키며 2선 공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는 황선홍밖에 없다”며 “때로는 우아하게, 때로는 강력하게 상대 골문을 흔드는 모습이 그의 별명 ‘황새’의 이미지 그대로다”고 격찬했다.
말 그대로 황선홍에 대한 주변의 기대와 우려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풍부한 경험에 바탕한 노련미, 그라운드 전체를 꿰뚫는 시야는 아직도 대표팀 내 경쟁 상대가 없다. 그러나 서른을 넘긴 나이와 큰 경기를 앞두고 걸핏하면 부상하는 징크스가 못내 미덥지 않다.
황선홍은 25일 카메룬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황선홍은 이날 후반 시작과 동시에 윤정환과 교체투입됐다. 지루하던 한국의 공세가 일거에 활기를 띤 것도 이때부터. 황선홍이 덩치 큰 카메룬 수비라인 한복판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은 채 버티고 서 끊임없이 골 찬스를 만들어 낸 것. 전반 오른쪽에만 치우쳤던 한국의 공격도 이때부터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이날 플레이로 황선홍은 히딩크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30일 프랑스전 출장도 확실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이 열릴 대구에서 매일 오전 오후로 실시되는 팀훈련도 그를 꼭지점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황선홍의 표정엔 변화가 없다.
“현실은 냉정합니다. 어느새 베테랑이란 말을 들을 나이가 됐고 부상하거나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언제 대표팀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제 처지잖아요. 이름만 가지고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는 만큼 매 경기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황선홍은 88년 12월 아시안컵 일본전에서 다이빙 헤딩 선취골로 이름을 떨친 이후 90년 이탈리아대회부터 3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며 아시아 ‘간판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98프랑스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부상으로 주저앉았고 이후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13년째 대표팀에서 등번호 18번을 고수하고 있는 황선홍이 ‘마지막 불꽃’을 다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이다.
2002년까지 황선홍이 넘어야할 산은 많다. 완치되지 않은 어깨, 허리 부상은 물론 이동국 안정환 설기현 등으로 대표되는 팀 내 신세대 스트라이커들과의 주전 경쟁도 힘겹다.
과연 ‘황새’의 축구 인생이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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