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려진 대로 월드컵을 통해 11조4000여억원의 생산 유발, 5조3000여억원의 부가가치 증대, 35만명의 고용창출(한국개발연구원 분석) 등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 외에도 대회 개최도시들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관광 수익에다 국가 이미지를 높여 얻을 수 있는 수출 증대, 국내 스포츠 관련 산업의 발전 등 그 파급 효과는 실로 큰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유무형의 효과로 월드컵개최 자체만으로 이미 개최 비용을 뽑고도 남는다는 것은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글 싣는 순서▼ |
1. 월드컵 준비의 불안 2. 인프라 구축의 현주소 3. 월드컵 열기와 문화의식 4. 흑자 월드컵의 고민 5. 공동 개최의 문제해결 6. 월드컵 개최 이후 |
또 과거의 예로 볼 때 월드컵은 개최국의 축구 발전에 결정적인 기폭제가 된다. 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축구 불모지였던 개최국 미국에 프로축구 리그가 생기고 이후 미국이 여자 축구의 최강국으로 거듭난 것은 그 좋은 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원동 사무국장은 “월드컵을 계기로 새로운 축구 문화가 형성되고 축구 복표의 시행 등으로 국내 축구가 활성화되면서 결국 한국축구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을 개최하는 각 지방 자치단체가 안고 있는 사후 과제는 무겁기만 하다.
총 공사비 1조9500여억원을 들인 10개 경기장을 월드컵 이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월드컵 경기장은 관리비만도 경기장별로 연간 15억∼20억원에 달한다. 각 지자체는 저마다 효과적인 수익 사업을 통해 경기장의 관리비를 충당하고, 나아가 지자체 수입도 늘리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10개 경기장 중 3개만이 축구 전용 구장인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인천 부산 대구를 제외한 7개 구장이 축구 전용 구장이다. 축구 외에 다른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없어 축구위주의 사후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장 시설의 가장 안정적인 수입원은 프로 축구단의 홈 구장으로 빌려주고 수익의 일부를 받는 구장 임대료. 프로축구 울산 현대 구단이 현재 홈 경기 입장 수입의 25%를 경기장 사용료로 내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그런데 10개 월드컵 개최도시 중 인천 서울 광주 대구 서귀포 등 절반인 5개 도시가 프로 축구단의 연고가 없다. 프로축구연맹이 월드컵 이후 연고지 공모를 하기로 한 서울이나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시민 구단 출범을 계획하고 있는 대구는 그나마 연고지 문제를 해결할 희망이 보이지만 광주와 서귀포 등은 연고지 구단을 확보하기가 현재로는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광주의 경우 이미 전남 지역에 광양을 연고지로 한 프로 구단이 있는 데다 지역 경제가 어려워 기업이 새로 팀을 창단하는 것은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서귀포시를 연고로 한 프로팀 창단 역시 그렇다. 서귀포시는 외자를 유치해 월드컵경기장에 아이맥스 극장을 만들고 주변을 관광 복합단지로 조성한다는 사후 활용 계획을 갖고 있으나 ‘축구 없는 축구장’이 명소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 각종 이벤트성 대회 유치와 전지 훈련지 활용 등이 구장 관리비 확보의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축구 전용 구장에서 정기적인 축구 경기를 볼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모순인 셈이다.
기존 프로 구단의 연고가 있는 도시들도 문제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 대전은 10개 경기장 중 유일하게 국산 개량형 잔디가 깔린다. 한여름 더위에 가장 잘 견디는 잔디라는 것. 월드컵이 열리는 6월에 초점을 맞췄다. 다른 월드컵 구장에서 채택한 양잔디가 연간 1억∼1억2000만원의 관리비가 들어가는 데 비해 이 잔디는 절반 수준인 6000만원 정도로 관리가 가능해 일별하기로는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 그러나 양잔디가 3월부터 11월까지 사용 가능한 데 반해 국산 개량형 잔디는 사용 가능 기간이 4월부터 10월까지로 짧은 데다 회복력이 낮아 한번 사용하면 적어도 보름 정도는 밟지 못한다. 축구 경기를 제외한 일반 행사에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문화관광부 이홍석 차관보는 “프로구단이 없는 5개 경기장이 가장 큰 문제로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은 새로운 팀의 창단을 유도하거나 기존 팀의 연고지를 재배분하는 것까지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각 지방자치단체가 내년 월드컵 개최 이전까지 민간과 월드컵경기장 위탁 관리계약 체결을 마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이후 문제는 먼 얘기가 아니다. 1년 후 월드컵이 열린 뒤 곧바로 우리에게 닥칠 과제다. 각계 전문가들은 정부와 각 개최도시가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월드컵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