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이면... 황선홍이 해외에서 지도자 수업을 마치고 귀국할 즈음일 것이다.
2005년 9월이면... 후추가 일곱 살이 되는 해일 것이다.
2005년 9월이면... 명예의 전당 한 구석에 '유상철' 이란 이름이 올라와 있을 지도 모른다...
필자는 유상철이 처음으로 국가대표 팀에 발탁 되었을 때, 허우대 멀쩡하고 파이팅 넘치는 전천후 플레이, 그리고 죽어라고 열심히 뛰는 스타일에 그가 밉지가 않았다. 아직까지도 '기술 축구', '선진 축구'의 세대와 gap을 느끼고 있는 필자이기에, 아니 아직도 '한국 축구는 그저 열심히라도 뛰었을 때 그나마 좋은 결과가 나온다' 란 지론을 포기할 수 없는 세대이기 때문에 유상철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김병수-윤정환-최문식-고종수... 와 같은 소위 '천재 미드필더'들에 대한 후추의 지지를 표명했을 때도 유상철과 같이 '힘과 투지'로 요약되는 선수를 폄하하고픈 의도도 없었다.
국내리그, J-리그, '98 월드컵 대 벨기에 전... 유상철은 제 몫을 해 줬다. 물론 유상철의 '똥볼'은 기대를 져 버리지 않고 심심찮게 터져준다. 대다수 386 세대에게 '황선홍=똥볼'이었듯이, N세대들에게는 '유상철=똥볼' 인가 보다. 똥볼의 계보를 이젠 유상철이 이어 받았다.
무슨 이유인지 여타 스포츠 언론 포함, 많은 팬들 사이에서 황선홍은 어느 새 '신(神)'이 되어 버렸다. 차범근을 띄워줄 때 그랬던 것처럼 요즘 황선홍을 띄워주는 모습을 보며... 그저 좀 살살해 주길 바랄 뿐이다. 높이 올라간 만큼 내려올 땐 아프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우리 언론은 언젠가 곧 또 황선홍을 떨어뜨릴 것을 알고 있으니까... 당장 황선홍의 '빈 자리'를 유상철이 메꿔 주고 있다.
컨페데레이션 개막전을 직접 관람하면서 필자는 드디어 찾았다. 박종환에서부터 히딩크까지... 전직 국대 감독들이 왜 유독 '유비' 유상철만은 변함 없이 '편애'하는지를... 바로 체격과 체력이란 슬프도록 간단한 이유 때문이었다. 소위 '작은 선수들'은 애당초 게임이 되질 않았다. 그쪽 나라의 '모터 달린 걸리버'들이랑은...
유상철? '비효율적인 뜀박질’? 쓸데 없이 뛰어다니기만 죽어라고 뛴다? 그래도 뛰는 놈은 밉진 않다.
'아시아권에만 통한다'? 아시아권에서나마 통해주는 게 고맙다. 세계적으로 다 통하는 미드필더는 지구상 수천만 축구 선수 중에서 다섯 명 정도 밖에 없다. 우리나라 축구와 축구 문화 자체가 '아시아 권'이다. 유상철이 예외가 아니라고 해서 그가 욕 먹을 필요는 없다.
'똥볼'? '똥볼의 1인자' 황선홍이 서운해 한다.
윤정환, 최문식 같은 '테크니션'은 '테크니션' 대로 꼭 필요하고, 유상철, 노정윤 같은 '탱크 부대'는 또 '탱크부대'로 필요하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선수들 매도 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도 황선홍 '못 잡아 먹어서' 그렇게 안달하던 사람들, 어제 멕시코 전 경기 보면서 더도 덜도 말고 딱 2분은 침묵하고 있었으리라 믿는다. 그러다가 곧 바로 "저거, 오프 사이드 아냐?" 했겠지만 말이다.
그동안 유상철 못 잡아 먹어서 펄펄 뛰던 사람들, 어제 유상철 코뼈 나갔을 때 어김 없이 한마디 했었을 것이다. "저런... 점프력만 좋아요... 뒤통수를 찍어라 그냥..." 유상철이 나뒹굴 때 그들의 머리 속엔 '대체 투입-윤정환' 이란 파란불이 반짝이고 있었겠지...
유상철의 역전골이 터졌을 때... 역시 2분 간 침묵...
당장 윤정환을 기대하기엔 우리에겐 시간이 너무 없다. 우리는 '기다리는 마음'이 너무 없다. 우리는 당장 지면 안 되기 때문에... 히딩크는 기적을 연출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상철이 대신 '단두대' 위에 오를 이유는 없다. 유상철을 지지한다는 말은 곧 '한국 축구의 정신력'을 지지한다??
필자는 프랑스 전의 0-5 대패 앞에서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 했다고 믿었다. 멕시코 전의 2-1 드라마를 보면서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 했다고 믿는다. 정신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 한 선수들은 박수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유상철은 항상 최선을 다 하는 선수이다. 그리고 그 '최선'이란 말 만큼은 어느 명예의 전당에서도 통한다고 믿는다.
2005년 9월... 유상철 만큼은 그의 선배 황선홍과 같이 '여론에 매장된 경우'가 아닌 '최선을 다 했던 선수' 유상철의 이름으로 후추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면 한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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