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타는 7일 호주와의 대회 준결승전이 끝난 후 필립 트루시에 감독과 장시간 단독 면담을 가진 끝에 마침내 양해를 얻어냈다.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이 열리는 10일은 공교롭게도 나카타의 소속팀인 AS로마가 나폴리를 상대로 세계 프로축구 최고봉인 세리에A(이탈리아 1부리그) 우승컵을 결정짓는 중요한 일전을 치르는 날.
시즌 마지막 2경기를 남겨둔 8일 현재 AS로마는 승점 71로 2위팀 유벤투스에 4점차로 앞서 있다. AS로마가 10일 약체 나폴리전에서 이기면 남은 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반면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 결승전에 진출한 역사적인 무대다. 3월 프랑스에 0-5로 패한 수모도 있고 해서 결승전 결과가 앞으로 일본대표팀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트루시에 감독이 당초 예선전만 출전시킨다는 약속을 깨고 나카타를 끝까지 묶어두려 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나카타를 세리에A로 보냈다. 지난해 9월 시드니올림픽 때 나카타가 일본의 8강 진출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고도 ‘스타 군단’ 로마로 돌아가서는 벤치 신세로 전락한 악몽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일본축구협회 강화본부도 나카타의 거취를 당사자인 트루시에 감독과 나카타의 합의에 맡긴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사적으로는 공공연히 “일본 축구 선수가 세리에A 우승 무대에 선다는 것은 좀처럼 얻기 힘든 소중한 경험”이라며 나카타의 편을 들었다.
이에 앞서 갈등을 계속하던 나카타는 5일 저녁 자신의 공인 휴대전화 사이트(nakata.net mobile)를 통해 팬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6일 오후 9시 현재 나카타가 나폴리전에 출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8064표로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 진출을 바라는 의견(2552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 축구팬은 “우리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월드컵이 아닌가. 이번 대회 우승도 중요하지만 나카타가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코하마〓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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