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 ‘시작이 반’ ‘첫 단추를 잘꿰야 한다’는 우리네 옛말은 축구에서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 일본 호주 브라질 등 이번 대회 4강 진출 팀이 모두 대회 예선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승(1패)을 올리고도 1차전 프랑스에 당한 0-5의 대패가 4강진출의 장애물이 됐다.
그럼 월드컵에서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다.
조 예선을 거친 16강이 토너먼트를 벌이는 경기방식이 시작된 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4차례의 월드컵에서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조예선을 통과해 16강에 진출했던 확률은 절반이 넘는 54%. 특히 이들 네차례의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팀은 모두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던 팀들이었다. 또 첫 경기에서 승리를 포함해 최소한 무승부 이상을 기록한 팀이 16강에 진출했던 확률은 무려 85.9%.
이에 반해 1차전에서 패하고도 16강에 진출한 것은 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 카메룬에 패했던 아르헨티나 등 9팀 밖에 안된다.
또 첫 경기에서 승리하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한 팀은 86년 포르투갈과 94년 노르웨이 단 두팀에 불과하다. 포르투갈과 노르웨이는 각각 86년과 94년 월드컵 조 예선 1차전에서 잉글랜드가 멕시코를 1-0으로 이기고도 16강 진출이 좌절됐었다.
그러나 주목해야할 점은 1차전에 패한 팀이 16강에 진출한 것은 94년 미국월드컵이 마지막이라는 것.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1차전에서 패배하고도 16강에 오른 팀은 한 팀도 없었다.
이는 86년부터 94년까지는 24개국이 출전해 성적이 좋은 예선 조 3위까지도 16강에 진출했지만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32개국이 출전해 예선 각 조 2위까지만 16강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 그만큼 1차전의 승패가 중요해졌다는 것.
98월드컵과 똑같이 32개국이 출전하는 2002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을 위해 첫 경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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