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누구나 한번쯤 담벼락이나 언덕에 올라 우산을 들고 뛰어내리는 ‘낙하산 놀이’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총 4007회의 점프를 자랑하는 스카이다이버 이종훈씨(39)도 그랬다.
이씨가 스카이다이빙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3학년이던 89년. 군 제대후 복학한 뒤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무작정 미국으로 갔다. 텍사스를 거쳐 캘리포니아를 유랑하던 그의 눈을 사로 잡은 곳은 바로 캘리포니아 페리스 스카이다이빙 아카데미.
한번 스카이다이빙에 빠진 이씨는 미친 듯이 점프를 반복, 2년 뒤엔 ‘독한 동양인’소리를 들으며 교관을 양성하는 교관판정관자격까지 따냈다.
▼스카이다이빙은 영원한 친구▼
이쯤되면 스카이다이빙을 전업으로 삼아도 별 무리가 없는 조건. 하지만 이씨는 스카이다이빙을 생업으로 삼지않고 ‘영원한 친구’로 하기로 했다.
전업으로 하다보면 때로는 돈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되기 때문. 또 제법 경비가 들어가는 스포츠인 만큼 나름대로 자금력을 갖춰야 평생 마음놓고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일조했다.
한국에 돌아온 92년 1년간 무역회사에서 실무를 배운 그는 이듬해 창업을 했다. 항공분야에 관심을 둔 탓에 미항공우주국(NASA) 등을 돌아보며 정보통신과 통합관제시스템 쪽으로 사업을 집중시켰다.
공상과학영화에서 주로 보던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항공통제관리하는 ‘상황본부’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그가 CEO로 있는 ‘CPS테크놀러지’는 지난해 매출 230억원, 인터넷데이터센터를 개설한 올해는 970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1만피트 상공에 올라가보니▼
지난달 27일 경기 하남시 미사리 강하장에서 이씨의 권유로 기자도 헬기에 탑승했다. 문도 의자도 없는 헬기는 5000피트(1524m) 상공에서 제자리에 서더니 ‘두두두두‘거리며 수직으로 올랐다. 이씨는 고도기가 1만피트(3048m)를 가리키자 기자의 어깨를 툭 치더니 그대로 구름속으로 뛰어 내렸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아찔 아찔한 1만피트 상공. 어휴, 뭐가 좋아 이처럼 허공에 몸을 던지나.
▼왜 하늘에서 뛰어내리나▼
지난 8일 이씨를 다시 만났다. 이씨는 지난달 27일 점프 후 곧바로 중국출장을 갔다가 7일에 돌아왔단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그렇게 좋습니까?”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물었다.
“하하하, 떨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떠있는 거에요. 달리는 차 안에서 손을 밖으로 내밀어본 적 있어요? 손을 오므락거리면 바람이 마치 고무풍선 같지요, 그걸 온몸으로 느낀다고 생각해보세요. 신나지 않아요?”
1만2000피트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을 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1분 안쪽. 자세와 체중에 따라 다르지만 시속 180∼250㎞로 내려온단다. 수직으로 서는 경우엔 무려 시속 350㎞.
“스카이다이빙은 거짓이 없어요. 자연의 섭리, 물리력에 의해 움직이는 거지요. 그러다보면 겸손해지고 또 올바르게 행동하면 겁날게 없다는 걸 배우죠.”
<하남〓전창기자>jeon@donga.com
▼스카이 다이빙 어떻게 배우나▼
‘스카이다이빙’이란 글자 그대로 ‘하늘에서 뛰어내린다’라는 뜻. 여기에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등 기구를 사용하는 다른 항공스포츠와의 차이점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스카이다이빙도 낙하산을 사용하지만 이는 단지 착륙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스카이다이빙의 참맛은 비행기에서 점프해서 낙하산을 펴기 전까지의 자유낙하(freefall) 순간. 베테랑의 경우 1만2000피트(약 3657m) 상공에서 점프, 3000피트(약 914m)에서 낙하산을 편다. 즉 2700여m를 아무런 기구에도 의지하지 않고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다양한 포즈로 유영을 즐기는게 바로 스카이다이빙이다.
국내 동호인이 700여명에 이르는 스카이다이빙은 한국스카이다이빙협회(www.kpa.or.kr, 02-515-7943) 산하 스카이다이빙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보통 12∼15시간의 지상교육 후 첫 점프를 경험할 수 있다. 협회가입비가 10만원에 연회비 10만원. 지상이론교육수강료는 50만원으로 교육기간 중 장비일체를 빌려준다.
한번 점프할 때 드는 비용은 10만원 내외. 다소 비싼 이유는 시간당 200만원이나 하는 민간헬기 임대료 때문이다. 협회는 이같은 고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정익항공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본격 마니아가 갖추는 장비는 낙하산(300만원이상) 등 총 500여만원이 들지만 동호인끼리 중고매매가 많아 큰돈을 들이지 않고 장비를 구입할 수 있다.
한편 과거 원형 낙하산을 사용할 때와는 달리 80년대 이후 패러글라이딩과 같이 조정이 자유로운 캐노피를 사용, 위험성이 대폭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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