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권총]"탕…탕…탕…" 스트레스를 쏜다

  • 입력 2001년 6월 12일 18시 56분


영화 ‘니키타’에서 킬러 니키타는 파괴력 최고의 이스라엘제 권총 ‘데저트이글’로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채 2발을 쏘고 다시 냉정하게 확인사살을 한다.

영화 ‘쉬리’에서 한석규는 시종일관 이탈리아제 권총 ‘베레타’를 손에 쥐고 한국 경찰특공대(SWAT)와 함께 북한공작원들을 추격한다.

한번쯤 영화 속 주인공이 돼 권총을 쏘아보고 싶은 생각을 가져봄 직하다.하지만 일반인에게 권총은 경험해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쏴 볼 수 있다. 서울과 부산에 이미 실탄권총사격장이 성업중이다.

비록 제한된 사격장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지만 미국 최정예 특수부대 실(SEAL)과 그린베레 델타 등이 사용하는 독일제 시그 사우어 45구경 권총으로 한껏 폼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의외로 진짜 권총을 쏘는데 큰 노력이 필요없다.

사격장 입구에서 신분확인 후 서약서를 작성한 뒤 권총 파지법 등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곧바로 사대로 들어가 사격을 할 수 있다.

11일 서울목동사격장. 직장동료 두사람이 사대에 서서 20m뒤의 가로 35㎝ 세로 50㎝의 큼지막한 표적을 향해 각각 10발의 사격을 했다. 하지만 겨우 서너발만 표적을 관통. 하지만 이들은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겼는지 “또 열받는 일 있으면 다시 오자”라며 종종걸음으로 사격장을 빠져나갔다.

단지 스트레스 해소차원이 아닌 마니아들도 많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박동규씨(34·회사원)는 한달에 두 번은 꼭 사격장에 들른다. 한번에 파괴력과 정확도가 높은 ‘시그 사우어’로 100여발을 쏜다. 서바이벌팀 ‘비룡’회원이기도 한 그는 비비탄 전투로 채우지 못한 욕망을 실탄사격으로 대신하고 있는 셈.

아직 사격장의 주된 고객은 일본인 관광객. 일본은 공기총 사격때도 사전허가를 받아야할 정도로 한국보다 총기규제가 심해 일부러 진짜 총을 쏘고 싶어 한국관광을 오는 경우도 많다. 하루 보통 200명이 찾는 해운대실탄사격장의 경우 90%가 일본인일 정도.

안전문제는 없을까?. 사고가 생명문제와 직결되는만큼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안전장치가 많다. 방탄유리를 비롯해 문은 밖에서만 열리는 것이 기본. 사수 한사람당 무술유단자 교관이 배치되고 만일 예기치못한 사태가 벌어지면 모니터로 지켜보던 관리자에 의해 사격장 내부에 가스가 배출된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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