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 위에서 바둑알을 튕기는 일명 ‘알까기’가 대유행이다. 한 방송 코미디프로그램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바둑 대국’을 패러디한 까닭이다.
하지만 ‘알까기’는 따로 있다. 동남아 티모르에서 유래돼 10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까롬(carrom)’이 바로 그 것.
까롬은 바둑판보다 훨씬 넓은 가로 세로 38인치의 나무판 위에서 이뤄진다. 상아로 만든 스트라이커를 나무판 위에 놓여진 까롬멘이라고 불리는 나무로 만든 흰색과 검은색 ‘알’ 9개씩과 붉은색 여왕까롬을 손가락으로 쳐 자신의 알과 여왕알을 4방 구석에 뚤린 구멍에 먼저 넣으면 이기는 게임. 경기방식이 당구 포켓볼과 비슷해 일명 ‘핑거 포켓볼’이라고도 불린다.
까롬은 알이 잘 미끄러지도록 하기 위해 게임판 위에 특수파우더를 뿌린다. 한번 손가락으로 스트라이커를 튕기면 게임판을 서너차례 왕복할 정도. 따라서 마구잡이로 알을 튀기는 게 아니라 힘의 조절이 필요하다. 알까기가 국내에서만 유행하는 국지적 게임이라면 ‘까롬’은 제대로 체계를 갖춘 국제적인 게임이다.
까롬국제연맹 회원국은 1100만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인도를 비롯해 모두 26개국. 한국이 바로 26번째 회원국이다. 지난해 11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월드챔피언십대회에 한국까롬협의회 실장을 맡고 있는 배도헌씨(35·무역업)가 대표로 참석해 국제연맹에 정식가입했다.
아직 국내 보급은 미진한 상태. 소문을 듣고 모인 30여명이 정기적으로 랭킹전을 벌이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지난 6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국내최초로 열린 정식대회 ‘한국까롬챔피언십’에 선수 30여명 외에 300여명의 관중이 신기한 듯 모여 관심을 가져 ‘정통 알까기’ 동호인들이 한껏 고무된 상태.
회원들은 랭킹전을 통해 10월 영국에서 열리는 까롬 월드컵대회와 말레이시아오픈대회에 한국대표를 파견할 예정이다.
까롬을 배우고 싶으면 한국까롬협의회(www.carrom.co.kr 전화 02-2273-2605)로 연락하면 된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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