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표정이 생각보다 밝은데요.
안정환:외국인들과 얘기하다가 오랜만에 한국에 오니까 기분이 아주 좋은데요.
황:페루자에서 한시즌을 마쳤는데 소감은요.
안:출전기회가 별로 없어 아쉬운 한해였습니다.
황:본인이 실력 발휘를 100% 못했다는 것인가요.
안:예. 제가 가진 능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어요.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었는데….
황:저도 운동을 해봐서 아는데 외로움이 큰 문제인 것 같아요. 특히 의지할 사람이 전혀 없는 유럽에선 훨씬 힘들 것이라고 짐작이 갑니다.
안:많이 힘들었어요. 쉽게 비교를 하자면 이탈리아에서 뛰는 선수들이 저를 보고 우리나라에서 뛰는 동남아선수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아요. 예상은 했지만 인종차별도 심하고 장벽도 많았어요.
황:인종차별요? 어떤 식인데요.
안:처음엔 저한테서 이상한 냄새난다며 선수들이 피했어요. 또 저는 주로 옷을 캐주얼하게 입는데 그 모습을 보고 “쟤네 나라는 진짜 못사는 나라인가보다”며 무시했죠. 이탈리아 최고의 선수들이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지도 몰라요. 그래서 오기가 발동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은 신발을 사서 신었더니 그때부터 “야 쟤네 나라도 부자인가보다”고 하더라구요. 거짓말 같죠? 그런데 진짜에요. 좀 황당했지만 그때부터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옷도 비싼 것만 사 입었어요.
황:안 선수의 진가를 몰라봤군요. 제가 보기에 이탈리아에 갔다는 것만으로도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년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뭐가 있나요.
안:시즌 초반에 제가 벤치를 주로 지킬땐 사람취급도 안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경기에 뛰기 시작해 골을 넣자 인정을 해주기 시작했어요. 실력이 최고더라구요. 세계축구의 흐름도 알게됐어요. 이젠 세계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 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게 가장 큰 소득이었습니다.
황:이제 세계무대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 아닌가요.
안:세계축구에 대해 이제 맛을 본 것에 불과합니다. 세계축구의 벽을 넘기 위한 첫 번째 계단을 밟기 위해 첫발을 떼기만 한 것입니다. 아직 딛지는 않았어요. 멀었습니다.
황:국내무대로 돌아올 생각은 안해봤나요.
안:이제 이탈리아축구에 대해 맛을 들이기 시작했는데 돌아오다니요. 절대 돌아올 생각 없습니다. 성공한 뒤 돌아오겠습니다.
황:유럽에서 살아남기위해 보완해야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안:굉장히 많습니다. 일단 신체적으로 차이가 있고 어렸을때부터 자라온 환경이 다르잖아요. 이제 성인인데 다시 어린시절도 돌아가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도 없고…. 한계를 인정하고 살아남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해야할 것 같아요. 또 어떻게 하든 경기에 많이 뛰어 실전경험속에서 생존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황:이적 협상이 남아 있는데요. 본인은 페루자에 남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산 아이콘스는 절대 계약 안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안:부산 아이콘스가 유럽에 남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페루자에서 1년동안 고생하면서 적응했는데 또 다른 팀으로 옮긴다면 더욱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세계 각국의 축구협회도 선수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자신의 몸값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안:솔직히 지난 1년동안 경기도 많이 뛰지 못했고 골도 못넣었기 때문에 페루자에서 제시한 이적료 140만달러(지난 1년 임대료 40만달러 포함)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이탈리아는 시즌이 끝나면 성적에 따라 모든 선수의 몸값이 신문지상에 그대로 보도됩니다. 전 20억정도로 나왔습니다.
황:혹 잉글랜드나 스페인 등 유럽의 다른 팀에서 오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안:일단 이탈리아에 적응한뒤 세계최고의 무대인 스페인이나 잉글랜드에서도 뛰고 싶어요.
황:일본의 나카타 히데토시와 비교가 많이 됐을텐데요.
안:구단에서 왜 한국에서는 관중이 안오느냐고 노골적으로 얘기할 때 참 난감해요. 그때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가슴이 많이 아펐습니다. 솔직히 나카타가 뛸 때 일본팬들이 1000명은 몰려옵니다.
황:최근 결혼 상대자를 발표했는데 미스코리아출신이던데요. 어떤 점이 맘에 들었나요.
안:외국생활이 너무 외롭습니다. 그래서 빨리 안정을 찾아야지만 운동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결혼을 결정했습니다. 저를 위해 헌신해줄 수 있는 여자입니다. 물론 아주 사랑합니다.
황:결혼은 언제 할 생각인가요.
안:아직 정확한 일정을 잡지 못했습니다. 이적문제가 해결된 뒤 결정할 생각인데 12월말쯤 할 것 같습니다.
황:부럽네요.
안:(황)영조형도 가면되잖아요.
황:그게 마음대로 안되네요. 2002월드컵때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어떤 포지션을 맡고 싶나요.
안: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입니다. 감독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지 않습니까. 수비만 빼고 공격형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 중 주어지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2002년 월드컵때 포부를 밝혀주세요.
안:월드컵은 모든 축구선수가 꿈꾸는 무대입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한번도 좋은 성적을 못냈는데 ‘베스트 11’에 포함돼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16강은 문제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리〓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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