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데이비드 베컴, 축구종주국 천재 미드필더

  • 입력 2001년 6월 27일 19시 40분


‘독일에 0-1, 핀란드에 0-0’

지난해 10월 시작된 2002년 월드컵축구 유럽지역 예선 9조 경기에서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잉글랜드대표팀은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미 퇴색한 축구 종가의 자존심은 접어두더라도 자칫 월드컵 본선 진출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었던 것.

마침내 잉글랜드는 올 2월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극약 처방’을 단행했다. 이탈리아 1부리그 명문 라치오를 이끌던 스웨덴 출신 스벤 고란 에릭손감독에게 명운을 맡긴 것.

이후 4개월. 도박은 대성공이었다. 첫 시험 무대인 28일 스페인전에서 3-0 완승을 거둔 에릭손 감독은 여세를 몰아 3월부터 재개된 월드컵 지역예선전에서 핀란드 알바니아 그리스를 상대로 내리 3연승을 달리며 잉글랜드를 독일에 이어 조 2위로 끌어올렸다. 9월 1일 열리는 독일전에서 승리한다면 조 1위로 예선전을 마감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잉글랜드 부활의 원동력은 뭘까? 물론 에릭손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을 첫 손에 꼽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그라운드의 주인공인 ‘천재 미드필더’ 데이비드 베컴(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변신을 빼놓을 수 없다.

베컴은 98프랑스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경기중 쓰러진 디에고 시메오네를 걷어차 퇴장당했고 이후 팀 8강 진출 실패의 원흉으로 지탄받았다. 또 유로2000 포르투갈전에서는 2-3으로 역전패한데 분노한 잉글랜드 관중을 향해 ‘손가락질’을 해 말썽을 빚는 등 그간 다혈질 성격을 주체하지 못해 결정적인 순간에 팀을 곤경에 빠뜨리곤 했다.

에릭손감독은 이런 ‘돌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 그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베컴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와의 친선경기때 처음으로 국가대표팀 주장 완장을 찼지만 그 때와는 의미도, 책임감도 비할바가 아니었다.

베컴은 이후 팀의 정신적인 기둥으로 자리잡으며 잉글랜드 축구 재건의 선봉장으로 자리잡았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강력한 중거리 슈팅, 환상적인 프리킥, 칼날같은 크로스 패스는 기본이고 폴 숄스와 스티븐 제라드의 적절한 커버 플레이에 힘입어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탈피, 그라운드 전체를 꿰뚫는 폭넓은 시야로 전후좌우를 종횡무진 누비며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득점력도 훨씬 높아져 월드컵 예선 핀란드전에서 결승골, 그리스전에서 쐐기골을 넣은 것은 물론 5월 멕시코와의 친선경기에서도 팀 3호골을 기록하며 올들어 열린 A매치 5경기에서 3골을 넣는 집중력을 과시하며 팀 5연승을 이끌었다.

91년 8월 연습생으로 명문 맨체스터에 입단했던 베컴은 이제 폴 개스코인 이후 잉글랜드가 낳은 최고의 축구스타로 각광받고 있다. 66년 월드컵 첫우승 이후 유럽 무대서조차 변방으로 밀린 잉글랜드가 이제 은근히 2002월드컵축구대회에서 ‘파란’을 기대하는 것도 베컴이 있기 때문이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데이비드 베컴은 누구.

△생년월일〓75년 5월2일

△소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가족관계〓팝그룹 ‘스파이스 걸스’ 전 멤버인 부인 빅토리아 애덤스 사이에 1남.

△A매치 기록〓42경기 4득점

△주요 경력〓프리미어리그 96∼97시즌 ‘올해의 신인상’, 2000∼2001시즌까지 팀 3연속 리그 정상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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