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은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잔디코트에서 열린다. 하드 또는 클레이 코트와 달리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코트여서 그 적응 여부가 승부의 열쇠가 된다.
특히 잔디코트의 표면은 무척 빨라 서브 앤드 발리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유리하다. 게다가 코트가 미끄럽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끝내지 못하는 베이스라이너는 랠리를 거듭할수록 애를 먹기 일쑤여서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다.
올해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져 강서버들이 대거 남녀단식 16강에 이름을 올리며 득세하고 있다.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와 그레그 루세드스키(영국)는 서브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주인공들. 이바니세비치는 ‘제2의 샘프러스’ 앤디 로딕(미국)과의 3회전에서 이번 대회 최다인 무려 41개의 서브 에이스를 잡아내며 승리의 발판으로 삼았다. 세계남자테니스(ATP)투어가 서브 에이스 기록을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91년 이후 한 경기에서 40개 이상 나온 적은 8차례로 이 가운데 이바니세비치가 딱 절반인 4회나 기록했다.
ATP투어 서브 최고 시속 기록인 240㎞를 갖고 있는 루세드스키도 ‘대포알 서브’의 위력을 유감 없이 떨치며 2년 만에 다시 4회전에 올랐다.
대회 5연패를 노리는 ‘잔디 코트의 제왕’ 피트 샘프러스(미국)는 윔블던 코트와 궁합이라도 척척 맞는 듯 서브 ‘한방’을 주무기로 삼고 있다.
이번 대회 서브 에이스 랭킹에서 이바니세비치는 3경기를 뛰는 동안 98개를 낚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69개의 샘프러스와 56개의 루세드스키가 그 뒤를 쫓고 있다.
테일러 덴트(미국)는 레이튼 휴이트(호주)와의 2회전에서 시속 232㎞의 서브를 날려 일약 광속 서버로 떠올랐다.
반면 클레이코트 전문인 올 프랑스오픈 챔피언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은 출전도 안 했으며 흙 코트에서 강한 스페인 출신은 15명이나 출전했으나 전원 3회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자단식에서도 대회 서브에이스 랭킹 1위(27개)를 달리고 있는 세레나 윌리엄스(미국)와 여자테니스 최고 시속 서브기록(203㎞) 보유자인 비너스 윌리엄스(미국)와 ‘파워 서버’ 상드린 테스튀(프랑스)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