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의 시계는 이미 ‘0’에서 멈췄고 심판의 종료 휘슬이 나오려는 순간 마침내 희비가 엇갈렸다. 연장 종료 직전 페널티 코너를 얻은 중국의 왕주엔이 천금같은 골든골을 터뜨린 것.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골망이 출렁거리자 중국 선수들은 한데 엉켜 환호했고 한국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4일 성남하키구장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제3회 KT컵 국제여자하키대회 1, 2위 결정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대비해 젊은 선수층으로 세대교체를 이룬 한국은 연장 사투 끝에 중국에 0-1로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예선에서 중국에 1-6으로 완패한 한국은 이날 강력한 수비로 승부수를 걸었으나 경험 부족과 짧은 훈련기간 탓에 막판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 출신의 김창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중국은 예선에서 3승2무를 거둔데 이어 이번 대회 무패로 정상에 오르며 1만5000달러의 우승 상금까지 챙겼다. 김 감독은 “하루 8시간 이상의 동계훈련 덕분에 체력에서 우위를 지켰다”며 “이번 우승을 계기로 내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기뻐했다.
앞서 벌어진 3, 4위 결정전에서는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챔피언 호주가 영국을 8-4로 가볍게 눌렀고 5, 6위전에서는 일본이 미국과 1-1로 비긴 뒤 승부타에서 3-0으로 이겼다.
<성남〓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