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면에서 부족하지만 내가 축구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나선 것은 각별한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대표팀을 이끌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선수들의 ‘기본기 부족’ 이었다. 대표팀에 뽑힐 정도의 선수들이 기본기가 부족하다는게 말이 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이 그랬다. 볼키핑, 패스, 슬라이딩 태클, 문전에서 몸을 던지며 하는 슈팅 등 기본기에서의 미세한 차이가 약팀을 상대로 할 땐 문제될게 없지만 강팀을 상대로 할땐 여지없이 큰 점수차로 연결됐다.
물론 기본기 부족은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선수들은 그간 열악했던 국내 축구 환경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맨땅에서 승부 위주의 축구를 강요받다보니 기본기를 제대로 다질 틈도 없었고 또 볼감각이 완전히 다른 잔디 그라운드에 적응할 기회도 가질 수 없었다. 프로나 대표팀 선수가 돼 오랜 경험 끝에 ‘맨땅 축구’용 볼감각에서 벗어나 잔디 그라운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싶으면 이미 ‘노장’으로 분류되고 마는게 현실.
올초 유럽축구를 둘러본 것도 결심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세계 최강으로 발돋움한 프랑스는 88년 축구협회가 정부와 손잡고 13,14,15세로 구성된 축구 기술센터를 전국에 6곳 세웠다. 매년 각 센터마다 20명씩, 전국적으로 120명의 유망주를 3개월간의 테스트 끝에 선발해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인데 앙리, 아넬카 등 현재 프랑스대표팀 주축이 모두 이곳에서 길러낸 인재들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독일이나 스페인 유고 등 모든 나라가 비슷한 시스템으로 축구 영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용인축구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하자 일부에서는 “이름만 걸어놓은 채 영리만 추구하는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 부분은 앞으로 지켜보면 알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간 누구나 이런 교육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앞장서 나서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더 이상 ‘탁상공론’만으로는 한국축구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지 않은가.
허정무/본보 축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