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축구 정규리그에서 대전 시티즌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이관우(23·대전 시티즌)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암울한 긴 터널을 빠져나온 뒤 찬란한 햇빛을 보고 감격해 하는 모습이랄까.
얼마나 오래 기다렸던가.
지난해 ‘신인 최대어’란 평가를 받으며 프로에 데뷔했던 이관우는 두려울게 없었다. 신인왕 타이틀은 물론 약체인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을 자신에 넘쳐 있었다. 96년부터 청소년대표를 하는 등 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올림픽대표로 선발돼 시드니올림픽에서 멋진 플레이를 보여줄 생각에도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대표이던 지난해 4월5일 라오스와의 아시안컵 예선에서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그는 긴 악몽속으로 빠져들었다. 시드니올림픽은 집에서 TV로 지켜봐야 했고 부상 후유증으로 프로리그에서도 12경기에 출전해 1골1어시스트를 기록한 게 전부. 당연히 신인왕경쟁에선 이름도 올려보지 못하고 동기생 양현정(전북 현대모터스)에게 내주고 말았다. 지난 시즌은 한마디로 ‘지옥’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관우는 주저앉지 않았다. 지난해말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포르투갈에서 열린 동계훈련에서 누구 보다도 열심히 땀을 흘리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다. 올해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기회를 잡기 힘들 것 같았다. ‘호랑이’ 이태호 감독의 혹독한 조련도 큰 힘이 됐다.
그러자 올시즌 첫대회인 아디다스컵에서부터 그의 진가는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7경기에서 3골 3어시스트. 포스코 K리그에선 더 빛나고 있다. 6월17일 전북과의 개막경기에서 첫골을 쏘아올린데 이어 2경기 연속골 등 5경기에서 3골을 터뜨려 ‘대전 돌풍’을 선도하고 있다.
화려한 개인기에 이은 절묘한 패스, 그리고 경기운영 감각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평소 문제가 됐던 체력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보완해 이젠 90분을 거뜬이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관우가 제모습을 되찾자 ‘만년 꼴찌’ 대전은 전체적인 플레이에 안정을 이루며 단독 2위(승점 9)로 훌쩍 뛰어올라 일약 ‘강호’ 대열에 합류했다.
이관우는 “큰 욕심은 없다. 부상 당하지 않고 시즌을 마친뒤 내년에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다”라고 말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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