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단골 피트 샘프러스(미국)가 사라진 윔블던은 모처럼 새로운 주인공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들러리 신세였던 선수들이 정상을 향한 호기를 맞은 듯 의욕을 보인 가운데 패권을 다툴 4강이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들로 채워졌다.
5일 영국 윔블던의 올 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남자단식 준준결승.
92년 챔피언인 2번 시드의 안드레 아가시(31·미국)는 니콜라스 에스쿠드(프랑스)에게 3-1(6-7, 6-3, 6-4, 6-2)로 역전승했다. 호주오픈에 이어 시즌 메이저 2승을 노리는 아가시는 패트릭 라프터(29·호주)와 3년 연속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얄궂은 운명처럼 또다시 결승 문턱에서 맞붙은 아가시와 라프터. 99년에는 아가시가, 지난해에는 라프터가 각각 승리했으나 결승에서는 모두 샘프러스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아가시는 4년 전 세계랭킹 141위까지 떨어졌으며 라프터는 99년 어깨부상으로 은퇴를 고려했으나 둘 다 재기에 성공했다.
아가시는 “라프터와는 여러 차례 싸워봤으며 그는 뛰어난 선수이자 경쟁자”라고 말했다. 라프터 역시 “지난해 대회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아가시를 꺾었으며 올해에는 더 나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큰소리쳤다.
‘영국의 희망’ 팀 헨만(27)은 샘프러스를 쓰러뜨린 신예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3-1(7-5, 7-6, 2-6, 7-6)로 누르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헨만은 와일드카드 배정자로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른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헨만이 이바니세비치를 제칠 경우 1938년 버니 오스틴 이후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는 영국 선수가 된다. 헨만은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확신하고 있다”며 “이바니세비치와는 역대 전적에서 4승 무패이므로 자신 있다”고 말했다.한때 세계 2위까지 올랐던 이바니세비치는 현재 125위까지 떨어졌으며 92, 94, 98년에 3차례 결승에 진출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