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테니스 스타 패트릭 라프터(29)는 운동으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빈민가에서 8남매와 뒤엉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특별 대접을 받았다. 다른 형제들이 몇 개 없는 침대를 차지하려고 서로 다툴 때 그에게는 방 하나가 따로 주어졌다. 테니스 선수로서의 자질을 일찌감치 발견한 부모의 각별한 배려가 따랐던 것.
형 동생들의 시기와 질투 속에서도 라프터는 싸워 이기는 방식을 배웠으며 코트에서는 거친 매너로 유명했다.
그런 라프터가 올 윔블던 결승에 올라 사상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93년부터 9년 연속 출전한 그는 지난해 거둔 준우승이 최고 성적. 그의 윔블던 정상 등극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결승에서 패배를 안긴 ‘잔디코트의 제왕’ 피트 샘프러스(미국)가 4회전에서 탈락하면서 강력한 라이벌이 사라진 것. 게다가 사실상의 결승으로 불린 안드레 아가시(미국)와의 준결승에서 승리해 상승세까지 타고 있다. 주무기인 서브 앤드 발리는 물론 그라운드 스트로크에서도 베이스라이너 못지 않은 안정감을 떨치고 있어 완전히 물이 올랐다는 평가.
세계 랭킹 10위 라프터는 98년 US오픈 2연패를 이룬 뒤 급격하게 하강곡선을 그렸다. 99년 세계 60위까지 떨어졌고 어깨부상에 시달리며 은퇴를 심각하게 생각했지만 어린 시절 배운 강인한 승부근성과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요즘도 매일 어깨치료를 받으며 진통제를 먹고 있는 그는 “권위 있는 윔블던에서 우승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어떤 긴장도 없으며 기회가 온 만큼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8일 벌어진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와 팀 헨만(영국)의 남자단식 준결승은 비로 중단됐다.
이바니세비치가 세트스코어 2-2에 5세트 게임스코어 3-2로 앞선 상황에서 폭우가 쏟아진 것. 헨만이 이길 경우 1938년 버니 오스틴 이후 63년 만에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는 영국인 선수가 된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