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산 폭격기’ 김도훈(31·전북 현대모터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2001프로축구 포스코 K리그가 막을 올린 지 근 한달이 됐는데도 이렇다할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9일 현재 그가 넣은 골은 2골. 언뜻 보기에 기본은 한 것처럼 보이지만 2골이 모두 페널티킥으로 얻은 것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12골을 쏟아부어 득점왕에 오르면서 팀을 준플레이오프(4강)에까지 올려놓았고 올 시즌 첫 대회인 아디다스컵에서도 9골로 득점왕에 올랐던 기세와는 전혀 딴판이다.
연봉 3억3500만원짜리 최고 스타 김도훈이 살아나지 않으니 팀도 안 풀리는 것은 당연지사. 전북은 6게임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무5패로 최하위.
이유가 뭘까. 슬럼프는 아니다. 7일 부산 아이콘스전에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했을 뿐 5경기를 풀타임으로 뛰면서 활기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김도훈도 “지난 시즌에 비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 잘 풀리지 않을 뿐이다”고 말했다. 아픈 데도 없고 컨디션도 좋아 플레이도 아디다스컵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이 잘하고 있다는 얘기.
최만희 전북 감독이 말하는 김도훈의 ‘부진’은 팀플레이와 관계가 있다. 투톱을 이루던 박성배가 어깨 쇄골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상대 수비들이 김도훈에게 집중되게 됐다는 것. 브라질 용병 링꼰이 투입되지만 아직 국내리그에 적응하지 못한 데다 실력도 다소 처져 김도훈과 투톱을 이루기엔 부족하다.
이렇다보니 상대팀에선 ‘김도훈만 막으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수비수들이 김도훈에게만 집중했다는 분석. 김도훈이 최근 투톱으로 나서면서도 미드필드로 계속 내려와 플레이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비를 끌어내려 다른 선수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려는 의도.
여기에 시즌 초반 호제리오의 결장, 골키퍼 서동명의 어깨탈골 등 잇단 악재와 지난해 신인왕 양현정의 ‘2년차 징크스’로 팀이 전체적으로 침체하다보니 골찬스도 많지 않고 혹 찬스가 나더라도 실축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분석.
김도훈은 “조만간 팀이 상승세를 탈 것이기 때문에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