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제72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내셔널리그 선발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이어 3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두가지 ‘역사’의 발자취를 남겼다.
하나는 한국투수론 사상 처음으로 ‘꿈의 구연’인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했다는 점. 나머지 하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살아있는 전설’ 칼 립켄 주니어의 마지막 올스타 무대에서 그를 최우수선수(MVP)로 이끈 결승홈런을 내준 투수가 아이러니컬하게도 박찬호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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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등판하자마자 대스타를 맞이하게 된 박찬호. 세이프코필드에 모인 4만여명의 관중은 칼 립켄 주니어가 타석에 들어서자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며 ‘노장’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했다. 기립박수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순간에 칼 립켄 주니어는 박찬호의 초구를 받아쳐 좌측담장에 꽂았다. 1점 홈런.
박찬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렇다고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어쩌면 올스타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칼 립켄 주니어라는 대타자를 만났다는 자체가 영광일지 몰랐다. 오히려 그에게 경의를 표해야 했다.
곧바로 평상심을 되찾은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인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와 톱타자 스즈키 이치로를 2루 땅볼로 잡아낸 뒤 ‘2억5200만달러의 사나이’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를 삼진으로 처리해 1이닝의 임무를 끝냈다. 0-0 상황에서 1점을 내준 박찬호는 팀이 패하는 바람에 기록상 패전투수가 됐지만 기록은 큰 의미가 없었다.
이 경기에서 아메리칸리그는 칼 립켄 주니어의 홈런과 5회 터진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마글리오 오도네스(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연속타자 홈런에 힘입어 4-1로 승리, 5년 연속 아메리칸리그의 우세를 이어갔다. 통산성적은 내셔널리그가 40승1무31패로 우위.
3회 결승홈런을 날린 칼 립켄 주니어는 2타수 1안타 1타점으로 개인통산 두 번째로 올스타 MVP에 뽑혔다. 이날의 ‘주연’이 칼 립켄 주니어였다면 박찬호는 그를 도와준 ‘조연’이었던 셈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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