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에서 ‘별 중의 별’인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칼 립켄 주니어(41·볼티모어 오리올스)는 경기가 끝난 뒤 시종 얼굴에 웃음을 띠며 즐거워했다.
그에게 이번 올스타전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 무대. 개인 통산 19번째 출전이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팬들과 호흡하는 마지막 잔치였다. 3회 기립박수를 받으며 타석에 선 칼 립켄 주니어는 팬들의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좌측 담장을 넘는 축포를 터뜨렸다. 결승 1점 홈런. 역대 올스타전에서 41세의 나이에 홈런을 때려낸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 올 시즌 뒤 은퇴하기로 결정한 18년 연속 3할타율의 ‘안타기계’ 토니 그윈(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이 홈런을 두고 “마치 소설 속의 이야기 같았다”며 감동 어린 박수를 보냈다.
칼 립켄 주니어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다정다감한 성격에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실력으로 현역 선수 가운데 미국 야구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그는 82년 5월 30일부터 98년 9월 19일까지 17년간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출전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인 2632경기 연속출전의 대기록을 세웠다.‘철인(iron man)’이라는 별명도 그래서 붙었다.
역대 7번째로 ‘400홈런-3000안타 클럽’에도 이름을 올렸고 82년엔 신인왕, 이듬해인 83년과 91년엔 두 차례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다. 91년 올스타전에서도 홈런 한방을 날려 MVP가 된 적이 있어 올스타 수상은 이번이 두 번째. 아메리칸리그에서 두 차례 올스타 MVP를 거머쥔 선수는 그가 처음이다.
올스타 팬 투표에서 3루수로 뽑힌 립켄 주니어는 1회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제안으로 자신의 전성시절 포지션인 유격수로 나서기도 했다. 개인통산 성적은 21시즌 동안 29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6(1만1274타수 3113안타)에 421홈런 1652타점.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