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올스타 무대에 나란히 선 두 선수의 만남은 동양인도 세계 최고수준의 야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큰 의미를 부여받기에 충분했다.
이들의 첫 대결은 우연찮게 이뤄졌다. 박찬호는 원래 내셔널리그에서 세 번째 투수로 4회부터 던질 예정이었으나 내셔널리그 선발인 커트 실링의 등판이 무산되는 바람에 두 번째 투수로 순서가 앞당겨졌다.
마침 3회 아메리칸리그 타순엔 이치로가 들어가 있었다. 만약 박찬호가 4회 등판했다면 둘의 대결은 이뤄질 수 없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박찬호와 이치로. 박찬호는 볼카운트 원볼에서 2구째 체인지업을 던졌고 왼손 이치로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볼을 잡아당겨 2루수 땅볼로 아웃. 굳이 따지자면 박찬호의 판정승이었다.
하지만 이치로는 이날 올스타전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팬들의 성원을 받았다. 자신의 홈구장인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경기가 열린 점도 있지만 메이저리그 신인인 그가 전반기에 보인 ‘믿기 힘든’ 타격 성적때문이었다. 아메리칸리그 타격 3위(0.347)에 최다안타(134개)와 도루 1위(28개). ‘마법사’라는 별명처럼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그의 활약을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4부작 특집프로그램으로 다룰 정도.
이치로는 올스타전에서도 1회 빠른 발을 이용해 1루수 땅볼을 치고도 내야안타를 만들어 팬들을 열광시켰다. 3타수 1안타.
이날 올스타전은 내셔널리그에서 박찬호가 등판하고 아메리칸리그에선 이치로가 톱타자, 사사키 가즈히로(시애틀 매리너스)가 마무리로 나서 ‘동양인의 힘’을 보여줬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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