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돌아와 첫 국내 복귀전으로 치른 이날 경기에서 그는 후반 6분 교체투입돼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팀 5-1 승리의 주역이 됐다. 특유의 빠른 발은 물론이고 경기 흐름을 읽는 눈까지 탁 트여 후반 수원이 터뜨린 3골을 모두 엮어내는 수훈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서정원의 가세로 올시즌 수원은 그야말로 난공불략의 최강팀”이라며 “수원은 오늘 한경기만으로도 서정원으로부터 본전을 다 뽑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로서는 말 그대로 ‘제2의 축구인생’을 열어제치는 듯 했다.
그러나 영광은 짧았다. 그 해 27경기에서 11골5도움으로 체면치레는 했으나 이듬해인 지난해에는 독일에서 수술한 왼쪽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6월에야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었다. 모처럼 재기를 다짐하며 나섰지만 몸은 예전같지 않았다. 트레이드 마크인 빠른 발은 소득없는 달음질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고 예전의 기민했던 몸놀림에도 녹이 잔뜩 슬었다. 25경기 출장에 4골1도움. 전문가들의 시선도 싸늘하게 식어갔다.
부진은 올초까지 이어졌다. 아디다스컵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을뿐더러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표팀에서도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90년 7월 다이너스티컵 일본전 데뷔 이후 10여년간 부동의 국가대표 주축으로 활약해온 서정원의 자존심은 자신의 처지를 용납할 수 없었다. 마침 컨디션도 오랜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서정원은 마침내 5월24일 아시안클럽선수권대회 이란 피루지와의 준결승전에서 터뜨린 천금의 동점골로 심신을 추스린 후 7일 부천 SK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K리그 득점 공동 2위(4골)로 올라섰다. 발은 다소 무뎌졌지만 좁은 공간에서의 순간 상황 판단 능력과 재치는 관록의 노련미가 절정에 오른 느낌이다.
서정원의 재도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하늘이 돕는다면’ 당분간은 서정원의 건투가 이어질 것 같다. 99년 매골당 50만원씩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적립했던 것처럼 올 시즌에도 골당 50만원씩 피학대 아동 보호소인 한국이웃사랑회에 전달하고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남자’이기 때문이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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