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IOC 위원장 선거에서 김운용 대한체육회장 겸 IOC 집행위원이 유럽의 텃세에 밀려 위원장 등극에 실패함에 따라 또 다른 축인 FIFA 회장에 과연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겸 FIFA 부회장이 오를 수 있는지에 새로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4개 회원국이 가입된 FIFA는 199개 회원국의 IOC에 비교해 규모나 위상 면에서 대등한 초거대단체.
97년 역사의 FIFA 역시 IOC와 마찬가지로 유럽 등 서방이 장악해오고 있지만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는 등 FIFA 내에서 신예 세력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정 회장의 FIFA 회장 당선 가능성은 큰 것으로 국내외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4선 국회의원으로 이미 국내 정치계에 입지를 굳힌 정 회장은 내년 5월 2002월드컵대회직전에 치러질 FIFA 회장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여건이 되면 출마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해오고 있다.
만일 정 회장이 FIFA 회장 경선에 나선다면 당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국제 축구계 인사 중 FIFA 회장감으로 정 회장 만한 인물이 없는 데다 FIFA의 근간을 이루는 유럽세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
FIFA는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이 1974년 제7대 회장에 취임한 뒤 무려 24년간 군림해오면서 제프 블래터 현 회장을 제외하곤 후계자를 키워오지 않아 이렇다 할 지도자감이 없는 상황.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블래터 현 회장이 재선에 나설 의향을 은연중 비치긴 했지만 FIFA의 마케팅을 담당하던 ISL의 파산 등으로 내부갈등이 불거지면서 반대세력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렌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겸 FIFA 부회장은 건강 문제로 일찌감치 FIFA 회장 출마를 포기한 채 평소 친분이 두터운 정 회장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상태.
정 회장이 FIFA 회장 경선에 나갈 경우 유일한 상대로는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 겸 FIFA 부회장이 꼽힐 정도.
204개 회원국 대표가 한 표씩을 행사하는 FIFA 회장 선거에서 45개 회원국이 있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FIFA 부회장인 정 회장은 아시아와 51개 회원국을 보유한 유럽연맹의 지지를 사실상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정 회장은 ‘젊고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데다 차기 FIFA 회장 선거가 내년 5월 서울 총회 때 실시되고 한국이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점 등이 절대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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