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이동기씨 “어제는 폭주족, 오늘은 챔피언”

  • 입력 2001년 7월 17일 18시 58분


오토바이 폭주족에서 사업가, 다시 모터바이크 챔피언으로….

올해 용인 삼성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세차례 벌어진 오토바이 레이싱에서 우승한 이동기(32·서울 장안동)씨.

지난해까지 비정규적으로 치러진 것과는 달리 올해 처음으로 포장도로에서 정규시즌으로 열리는 본격적인 오토바이 레이싱이다. 총7전으로 치러지는 이번 레이싱에서 이씨는 이미 3번을 우승해 한국 모터바이크 초대 챔피언 등극이 확실시 된다.

세차례 우승 중 두 번은 맨끝에서 출발해 차례로 상대선수를 추월해 일궈낸 우승으로 ‘오토바이족’에겐 신화로 여겨지고 있다.

무릎이 거의 땅에 닿을 듯 쓰러질듯한 자세로 코너를 돌면서도 시속 200㎞이상을 달리는 모터바이크 경기. ‘오토바이족’은 흔히 ‘현대판 중세 기사’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폭주족’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길거리에서 마구 달리는 ‘폭주족 후배’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모으는 것입니다.”

이씨가 오토바이에 빠진 때는 중학교 1학년때. 수의사이던 아버지가 강원도 철원에서 목장을 경영한 탓에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타며 초원을 달렸다.

사실 이씨는 폭주족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표시한다. “제가 오토바이를 배울 때는 떼로 몰려다니는 폭주족이 없었어요, 그냥 공부하긴 싫고 맨날 오토바이만 타고 다녔죠.”

‘공부할 시간이 없어’ 야간고등학교를 다닌 그는 운명처럼 오토바이 제작회사에 입사했다. 직책은 개발 라이더. 오토바이를 실제로 타는 사람 입장에서 제작과정에 참여하는 게 바로 개발 라이더다.

한마디로 ‘노는 것’에서 ‘생업’으로 오토바이를 타게 된 것. 그후 그는 오토바이 타는 법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자비를 들여 일본 유학까지 다녀왔다.

그 다음 차린 것이 레저용 오토바이 생산업체. 그가 대표로 있는 ‘HSRC’는 일반 오토바이를 레이스용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이 주업무. 지난해 7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했으며 올해는 120억원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국내 레저용 오토바이 수요의 80%를 그가 책임지고 있을 정도.

그러나 그는 오토바이를 직접 타다 제작만 하며 가만히 있으려니 몸이 근질근질 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자신이 직접 레이싱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뛸 무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총 7번 치르는 스피드웨이 시리즈를 자비 3억여원을 털어 마련했다.

“내가 폭주족 출신이니까 후배들은 안전하고 정말 좋은 조건에서 스피드를 즐기게 하고 싶어요” 그가 선뜻 대회를 주관하는 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거리에서 방황하는 후배들아, 꼭 경기장에서 정말 누가 지존인지 한번 겨뤄보자”

<용인〓전창기자>j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