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의 희망을 안고 ‘히딩크 호’가 닻을 올린 지 6개월여가 흘렀다. 그간 거스 히딩크 감독(55)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모두 11차례의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를 치러 6승2무3패의 성적을 올렸다. 수치상으론 5할 이상의 만족스러운 승률.
그러나 2001컨페더레이션스컵이 끝난 후 축구협회를 비롯한 각 언론사 온라인 게시판에는 히딩크 감독의 역량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다. 프랑스에 0-5로 대패한 것에서 드러났 듯 유럽의 강팀을 만날 때마다 전술 부재를 드러냈고 대표팀 구성도 ‘그 나물에 그 밥’이란 게 안티 히딩크론자들의 비판.
이에 대해 히딩크 옹호론자들은 “한국 축구가 이제 만드는 축구를 하고 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터뜨린 3골도 우겨넣은 게 아니라 완벽한 작품이었다”며 반론을 펼쳤다. 일본의 축구 전문 기자들도 당시 ‘정교하고 빨라진 패스, 목적 의식을 갖고 전개하는 플레이’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요약했다.
과연 한국 축구는 안방에서 열리는 2002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까.
한달여의 휴가를 마치고 귀국한 히딩크 감독이 내달 6일부터 시작하는 유럽 전지훈련에 대비해 ‘판짜기’에 여념이 없다. 히딩크 감독은 이 기간 네덜란드 하위 리그 팀과의 연습 경기, 15일 체코대표팀과의 친선 경기를 통해 유럽 축구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복안. 월드컵 본선을 채 일년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소집되는 이번 대표팀에서 히딩크 감독은 이제 한국 축구에 맞는 전술 운용의 기본 틀을 길러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제는 맛깔난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 대표팀 베스트11에서 빼놓을 수 없는 J리그파가 일년에 6차례 이상 대표팀에 차출할 수 없다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묶여 전지훈련 합류가 불투명하다.
매달 가질 계획인 유럽팀과 대표팀간 경기도 유럽 현지에서 갖는 체코전, 11월 독일전이 전부로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12월 미국전이 그나마 윤곽을 잡아가고 있을 뿐 당초 추진했던 스페인 모로코 아르헨티나전은 모두 어렵거나 성사가 불투명한 상태다.
히딩크 감독이 최근 한 사석에서 “한국은 축구 하기에 대단히 불운한 나라다. 유럽에서처럼 ‘이웃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고 제대로 된 스파링 파트너를 만나기도 힘든 것 같다”고 탄식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책임을 회피하자는 건 아니다.
히딩크 감독은 최근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대부분 거절한 채 호텔방에서 한국 각 프로팀 경기를 보고 또 보고 있다. 나머지 시간은 경기 관전 및 코칭스태프와의 릴레이 회의. 군데 군데 구멍난 전력을 최상의 새 카드로 막아보자는 노력이다.
많은 축구팬들은 “이제 히딩크 축구가 뭔지를 보여줄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유럽 전지훈련에서 히딩크 감독이 그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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