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의 풀코스인터뷰]‘100골 50도움’ 울산 김현석

  • 입력 2001년 7월 30일 18시 26분


국내 프로축구 통산 첫 ‘100골-50도움’이란 대기록을 달성해서 일까. 26일 울산 서부구장에서 만난 김현석선수(34·울산 현대)의 모습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그의 거침없는 말에는 프로 데뷔 만 10년동안 301게임(31일 현재)을 출전한 그야말로 ‘백전노장’의 노련함이 물씬 배어 있었다.

만나자 마자 “야, 이거 고향의 유명한 후배를 만나게 돼 정말 반가와요”라는 말에 다소 당황했다. “아, 고향 선배셨습니까?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현석선수는 “삼척에 갈 때마다 황영조 기념탑을 보고 지나간다”며 친근감을 표시했고 나는 프로축구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그런 고향선배가 그냥 좋았다.

황영조〓프로통산 두 번째로 100호골 고지에 올랐는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김현석〓골 넣는 맛은 아무도 몰라요.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 따는 기분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골을 넣고 난 뒤 환호하는 관중앞에서 세리머니하는 기분은 안해본 사람은 모릅니다. 그것을 100번을 했으니 얼마나 좋겠어요. 다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골잡이를 할 겁니다.

황〓오랫동안 쌓아오느라 힘들었겠습니다. 이젠 통산 최다골 경신에 2골 남았는데요.

김〓최다골은 조만간 깰 겁니다. 10년이상 뛰지 않는다면 불가능하죠. 내가 최다골기록을 105골정도만 기록해 놓아도 앞으로 40∼50년동안 깨는 후배가 없을 겁니다. 체력관리는 물론 연구를 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황〓노장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90분을 풀타임으로 뛰고 있는데 특별한 몸관리 비결이라도 있나요.

김〓노장요? 할아버지죠.(웃음) 비결은 딱 하나에요. 잘 먹고 잘 쉬면 되요. 육류를 비롯해 뱀, 장어, 가물치, 사슴피 안먹어본게 없어요. 남들은 안먹어도 된다고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버텨온 것도 잘 먹고 잘 쉬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틈틈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다지지요.

황〓이렇게 출중한 기량을 소유하고 있는데 왜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없는 것인가요.

김〓내가 부족한 탓이죠. 90년월드컵땐 어린데다 체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못갔어요. 그런데 94년엔 대표팀에 있다가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날 탈락했어요. 무슨 이유인지는 몰랐지만 축구를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96년 MVP, 97년 득점왕에 오르는 등 전성기였을때인 98년에도 이유도 모르고 못갔죠.

황〓지난해 일본 J리그에서 뛰었는데 그렇게 빨리 국내로 복귀한 이유가 있나요.

김〓한국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었어요. 당시 일본이 아시안컵에서도 우승하고 잘나가니까 한국선수를 무시하려 하더군요. 내가 16골을 넣는 등 맹활약했는데 연봉을 깎자는 겁니다.그래서 곧장 돌아왔죠. 마침 울산 현대팀도 시즌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도 제 마음을 움직이게 했어요.

황〓한국과 일본프로축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김〓개인 기량에선 한국선수들이 월등해요. 그런데 일본은 11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력이 대단합니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무조건 개인의 체력과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주력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이용할 지는 모르는 것 같아요.

황〓그동안 많은 감독밑에서 뛰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누구인가요.

김〓데뷔시절인 90년 저를 지도해준 김호 감독(현 수원 감독)님요. 당시 1년동안 감독님과 방을 같이썼는데 축구에 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이해하는 축구에 눈을 떴지요.

황〓프로에서만 11년째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때와 힘들었을때는 언제인가요.

김〓주장을 맡던 96년 팀이 정규리그에서 우승하고 MVP에 선정됐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힘들었을때는 올 아디다스컵때에요. J리그에서 돌아온뒤 K리그에 잘 적응하지 못해 단 하나의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어요. 컨디션도 엉망이었고. 그래서 은퇴까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족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올해까지만 뛰자 하고 뛰었는데 이렇게 계속 기록을 세우게 되는군요.

황〓축구는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요.

김〓삼척초등학교 4학년때 축구 유니폼이 멋져보이더군요. 또 훈련끝나고 먹는 제과점빵과 우유를 한번 먹어보고도 싶었고. 처음엔 조금 하고 그만두려 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황〓그동안 돈도 많이 벌었죠?

김〓황감독에 비하면 어림도 없지요. 그저 애들 교육 잘시키고 부모 공양 잘하고 부족함이 없이 살 정도는 벌었어요.

황〓프로선수의 와이프를 ‘영양관리사’가 돼야한다고 들었는데 부인께서는 어떻게 내조하나요.

김〓보양식을 많이 해줍니다. 또 가정문제로 제가 신경쓰지 않도록 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황〓가물치란 별명은 언제 얻었나요.

김〓90년 데뷔때일겁니다. 시골에서 태어난데다 파닥파닥 튀는 스타일이니까 어떤분이 붙여주더군요. 그때 이후 가물치로 통해요.

황〓언제까지 뛸 계획인가요.

김〓당초 내년을 마지막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너무 컨디션이 좋다보니 힘 닿는데까지 뛰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확답은 못하겠습니다.

황〓은퇴후 계획은요.

김〓먼저 외국에 나가서 선진축구를 배운뒤 후진을 양성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선진축구의 2,3부에서 선수로 뛰면서 직접 체험하고 싶습니다.

황〓제가 많은 사람과 인터뷰해 봤는데 워낙 달변이라 축구해설위원으로 활약해도 될 것같은데요.

김〓아 그래요. 그럼 황감독이 추천좀 해줘요.(웃음) 한국축구발전을 위한다면 뭐든지 할 겁니다.

황〓축구외에도 만능 스포츠인이라고 소문이 났던데요.

김〓수영과 스키, 탁구, 그리고 골프를 흉내만 낼 줄 알아요.

황〓술은 많이 마시나요.

김〓시즌 중엔 가끔 맥주 한두잔, 시즌이 끝나면 기절할 때까지 마십니다. 아, 오늘 반가운 후배도 만났는데 내가 한번 살게요. 저녁에 시간 어때요?

황〓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꼭 한번 하죠. 고맙습니다.

<정리〓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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