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m지점까지 팀 몽고메리(미국)에 약 2m를 앞서 우승이 유력시되는 상황. 그때 갑자기 그린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몽고메리의 추격이 시작됐다. 그린은 결승선을 통과하며 왼쪽 발을 절룩거렸다.
‘9초82, 그린 우승.’ 침을 꿀꺽 삼키던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탄성을 터뜨렸다. 그린이 결승선을 통과한 것은 46걸음 째. 9초87로 우승한 시드니올림픽에서의 45걸음보다 약 30㎝ 더 걸은 셈이다. 이것은 결승선 10m를 앞두고 왼발이 삐끗했던 탓. 평균속도 시속 36.66㎞. 최고속도는 시속 43.462㎞.
6일 캐나다 에드먼턴의 커먼웰스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100m 결승에서 세계기록(9초79) 보유자 그린이 동료 몽고메리(9초85)를 극적으로 제치고 97, 99년에 이어 3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100m 3연패는 83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87, 91년에 연속 우승한 ‘육상영웅’ 칼 루이스(미국)에 이어 세계선수권 사상 두 번째.
건염으로 왼쪽 무릎에 밴딩을 한 그린은 반응시간 0.132초의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뒤 중반까지 내달리다 결승선을 불과 10여m 남겨두고 왼쪽 무릎 건염이 악화돼 주춤거렸다. 우승은 했지만 세계기록 경신을 놓쳐 아쉬움을 남겼다.
그린은 “출발한 뒤 15m가 지나자 왼쪽 허벅다리에 이상이 왔다. 그러더니 결승선을 통과할 땐 왼쪽 무릎이 아팠다”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린은 “역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200m와 400m계주엔 출전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자 100m는 동메달도 미국의 버나드 윌리엄스(9초94)가 차지해 남자 100m는 ‘미국잔치’로 끝났다. 만년 2인자 아토 볼든(트리니다드토바고)은 9초98로 4위에 머물렀다.
은퇴 레이스에 나선 95년 챔피언이자 96애틀랜타올림픽 우승자 도노번 베일리(캐나다)는 앞서 준결승(16강) 1조에서 6위(10초33)로 탈락했으나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트랙을 떠났다.
여자100m에서는 매리언 존스(미국)가 준준결승을 예선 최고기록인 10초97로 통과하며 3연패 도전에 가속도를 붙였다.
남자해머던지기에서 ‘아시아의 간판’ 무로후시 고지(일본)가 82m92로 시몬 지올코프스키(83m38·폴란드)에 이어 일본 투척 사상 첫 은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무로후시는 98방콕아시안게임에서 70∼86대회 5연패를 이룬 아버지 시게노부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대를 이어 우승한 주인공이다.
한편 한국은 이명선(익산시청)이 여자포환 던지기 예선에서 17m66으로 22명중 14위에 그쳐 12위까지 주어지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우승은 야니나 코롤치크(20m61·벨로루시)에게 돌아갔다. 여자 7종경기에서는 옐레나 프로코로바(러시아)가 6694점으로 우승했다.
<에드먼턴〓양종구기자>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