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여자축구의 힘은 '끈끈한 정'

  • 입력 2001년 8월 7일 18시 50분


“도무지 비밀이란 게 없으니….”

여자축구 국내대회가 열릴 때마다 각 팀 코칭스태프는 말버릇처럼 ‘보안’을 입에 달고 다닌다. 경기를 앞두고 팀 전략이나 선수단 컨디션 등을 이미 상대팀에서 훤하게 읽고 있기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팀 선수도 서로 모르게 책정하는 선수별 연봉이나 보너스도 한 시간도 안돼 상대팀 선수들에게까지 퍼지기 일쑤다.

왜 그럴까. 바로 ‘모두가 자매인’ 한국 여자축구계의 독특한 현실 때문이다.

현재 국내 여자축구 실업팀 양대 산맥은 INI스틸(구 인천제철)과 숭민원더스. 7일 끝난 토토컵국제대회에 출전한 대표팀도 20명의 선수 중 절반인 10명이 INI스틸 소속이고 나머지 9명은 숭민원더스, 1명은 한양여대 소속이다.

자연히 각종 대회 결승전은 양팀 맞대결로 펼쳐지는데 국내 여자축구 저변이 엷은 만큼 대부분의 선수가 중고대학 선후배 동료 사이로 끈끈한 정을 맺고 있다. 한선애(INI스틸), 진숙(숭민원더스)은 친자매이면서도 양 팀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다.

INI스틸에 비해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어린 숭민원더스의 하성준 감독이 한동안 ‘언니들 봐주지 않기’를 승부의 첫째 관건으로 꼽았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이런 독특한 현실이 대표팀에서만큼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서로를 잘 아는 만큼 호흡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데다 동료애 역시 남자팀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분위기만 타면 종종 기대 이상의 성적도 바라볼 수 있다. 한국이 이번 국제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둔 것도 ‘자매들의 의기투합’ 때문이 아닐까?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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