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한-일 마지막엔 누가 웃을까

  • 입력 2001년 8월 8일 18시 30분


월드컵을 9개월 앞둔 한국과 일본은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 월드컵을 개최하는 두 나라의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먼 발치에 서 있어도 나는 그들의 힘찬 고동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는 한국과 일본이 결승을 향해 나아가기를 다른 각도에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문제에 대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약 한달여의 유럽 전지훈련에 참가할 선수들을 선발했다.

한국이 선수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은 최근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한 달간 3명의 선수가 외국으로 나갔다. 오노 신지는 네덜란드 페예누르트로, 이나모토 주니치는 잉글랜드 아스날로 옮겼다. 또 다카하라 나오히로는 아르헨티나의 보카 주니어스로 이적했다. 나카타 히데토시가 AS로마에서 파르마로 이적한 것과 니시자와 아키노리가 잉글랜드의 볼튼 원더러스에 입단 타진을 한 것도 비슷한 시기의 일이다.

이런 일들은 일본축구협회로서는 일종의 도박을 하는 셈이다. 필립 트루시에 일본축구대표팀 감독은 아마도 일본 대표선수들이 J리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마치 대처로 아들을 보내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트루시에 감독은 “가서 배우라”고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 같은 국가에서라도 팀을 바꾸면 선수들은 감각을 잃을 수 있다. 물론 축구공은 둥글고 규칙도 그대로지만 새로운 팀 스타일과 새로운 감독, 새로운 경기장에 적응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럽팀으로의 이적은 어떤 면에서 선수에게 모험이다. 이동국이 베르더 브레멘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그 보다는 적응기간이 너무 짧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동국이 월드컵을 앞둔 중요한 시즌에 포항 스틸러스에 머무는 것이 한국으로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히딩크 감독과 트루시에 감독의 입장은 다르다. 히딩크에게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의 경기 스타일을 한국 선수들에게 빨리 주지시켜야 한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돋보이는 기량과 스피드를 갖고 있지만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훈련 시간과 훌륭한 팀과의 실전이다. 경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그를 믿어주는 팬들도 그에게는 필요하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에게 경기를 보는 안목을 만들어주는 중이다.

우리는 두 종류의 전략을 보고 있다. 일본은 선수들에게 외국 리그의 경험을 심어주는 것으로 실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한국은 선수들을 한데 모아 훈련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의문이 있다. 트루시에 감독이 일본 선수들을 세계로 진출시키는데 주력한다면 어떻게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그들을 다시 불러모을 수 있을 것인가. 외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크게 성공할수록 트루시에 감독에게는 어려움이 클 것이다.

월드컵을 향한 두 나라의 여정은 확연히 틀리다. 최후의 웃는자는 과연 누가될까.

랍 휴스<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robhu@compuserve.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