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고는 못 사는’ 두 종목의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이종범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는 프로야구는 엄청난 관중몰이를 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가 몇 년간 극도로 위축돼 있었던 걸 생각하면 감개무량해 할 만하다.
반면 프로축구는 올 시즌 8년 만의 골 가뭄과 관중 기근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따라 눈 앞에 닥친 2002월드컵 열기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사실 국내 프로축구는 98년 프랑스월드컵이 끝난 후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릴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국민적인 열기 속에 신세대 스타의 인기몰이를 앞세워 98, 99년 2년 연속 2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고무된 국내 프로축구 감독들은 저마다 ‘공격축구’ 기치를 내걸며 ‘화끈한 관중 서비스’를 공언하곤 했다.
그러나 프로축구는 이 모든 호재를 스스로 놓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말았다. 때마다 판정 시비가 일었고, 상대 스타 선수를 존중할 줄 몰랐다. 또한 TV중계 편의에 따라 선수와 관중을 무시한 채 경기일정을 제멋대로 편성했다. 대다수 팀도 어느새 경기 내용보다는 ‘지키고’ ‘이기는’ 축구로 되돌아갔다.
현 시스템 아래서는 아무래도 ‘축구의 이종범’을 기대하기 힘들다. ‘완산 폭격기’ 김도훈, ‘왼발의 달인’ 하석주, ‘라이언 킹’ 이동국 등 해외진출 축구 스타들이 그라운드에 복귀했는데도 이종범 한사람의 ‘위력’에 크게 못 미친다.
프로축구 10개 구단 감독과 심판들이 13일 마음을 열고 만났다고 한다. 이번만은 ‘연례 행사’에 그치지 않고 바꿀 것은 바꿔나가 진정한 축구발전이 있길 기대하는 것은 비단 축구인들뿐만이 아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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