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박찬호 허리이상 의혹

  • 입력 2001년 8월 20일 09시 54분


박찬호가 낮에 그것도 안방에서 무참하게 무너졌다.

박찬호는 이번시즌 낮경기와 홈구장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주간경기 방어율 1.80과 홈경기 방어율 1.59는 메이저리그 최고기록.

박찬호는 올해 홈 다저스타디움에서만 8승(2패)을 거뒀다.

원정경기에서 거둔 3승6패 방어율 4.83과 비교하면 그가 홈에서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박찬호는 20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5이닝 7피안타 4볼넷으로 4실점(3자책)의 기록으로 일찌감치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뭔가 이상하다.

물론 1회 좌익수 게리 셰필드의 실책이 곁들여진 적시타로 2점을 내준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 박찬호는 초반 흔들리더라도 곧바로 안정을 찾았었다. 하지만 이날은 4회를 제외하곤 매회 선두타자를 내보내며 위태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직구는 150㎞ 근처에도 못갔고 변화구의 예리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제구력도 흔들렸다.

다이나믹한 투구폼으로 공을 챈다는 느낌을 주던 그의 투구모습은 힘겹게 밀어던진다는 인상이 강했다.

특히 3회 마이크 피아자에게 맞은 솔로홈런도 석연치 않다.이 홈런은 박찬호가 피아자에게 맞은 첫 홈런이다.피아자가 그동안 11타수 4안타로 박찬호에게 다소 강한 면은 보였지만 홈런은 없었다.박찬호의 이날 공에 힘이 없었다는 증거다.

박찬호는 이날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졌을까.혹 이번시즌내내 그를 괴롭혀온 허리이상이 도진 것은 아닐까?

가능성은 있다. 이번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신분이 되는 그의 처지와 플레이오프를 노리는 팀의 에이스노릇을 해야만 하는 박찬호가 최근 다소 무리를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박찬호는 의심스런(?) 해동을 했다.

2회초 8번 레이 오도네스를 볼넷으로 진루시킨 뒤 9번 타자의 1루 쪽 번트 타구를 수비하면서 순간적으로 허리에 이상이 있음을 드러냈다.

자신의 왼쪽으로 구르는 타구를 전력을 다해 따라 가며 허리를 숙인 채 잡으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처리를 하지 못하고 번트 안타를 만들어줬다.

문제는 그 다음 동작. 박찬호는 숙인 상체를 일으킨 뒤 마운드쪽으로 걸어가면서 약간 다리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그의 오른 손이 오른 허리 아래로 갔다. 박찬호가 허리 통증을 일으킨 바로 그 위치이다.

하지만 속단 할 순 없다. 동료야수의 어이없는 실책과 타선의 끝모를 무기력증에 의욕을 상실 했을 수도 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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