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헌씨(44·서울 성동구 도선동)는 레이싱용 파워보트를 비롯해 보트만 6대를 보유하고 있다.그러나 사람이 직접 탈 수 있는 것은 단 한 개도 없다. 모두 정교한 엔진을 장착한 모형들. 유씨는 이른바 무선조종(R/C radio control) 마니아다.
유씨는 “모형보트 6대지만 난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라고 큰소리친다. 더구나 유씨의 두 아들도 무선 조종기 앞에선 아빠와 친구다. 큰 아들 용간(17·서울한성고2년)이와 작은 아들 무간(14·서울동마중2년)이는 아빠와 모형엔진보트 띄우기에 흠뻑 빠져 컴퓨터채팅이나 게임같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다는게 어디에요, 제 친구들은 제가 중고생 아들들하고 친하게 지낸다는 걸 얼마나 부러워하는데요,하하하.”
#삼부자의 신나는 보트레이스
일요일이던 12일 오전. 광릉수목원 부근의 한 냇가. 유씨 삼부자가 물이 얕은 곳에 접이식 소풍테이블을 설치한 뒤 파라솔까지 폈다. 그리고 배를 물가에 띄우기위한 준비작업이 물 흐르듯 진행됐다. 30cc짜리 가솔린엔진을 달아 힘이 좋고 길이가 1m20이 넘는 펀크루져는 아빠, 레이스전문 포뮬라원을 축소해 ‘쌩쌩’ 스피드가 좋은 슈프림은 큰아들 용간이, 비행기처럼 프로펠라가 위에 달린 에어보트는 막내 무간이 것.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급히 물가에 ‘애함’을 띄운 삼부자는 신이난 듯 보트를 몰아댔다. 어느새 구경꾼이 몰려들고 삼부자는 신이난 듯 조종기의 출력레버를 올렸다.
“봄부터 얼음이 어는 초겨울까지 맨날 이래요, 세남자가 집에선 매일 뚝딱뚝딱 조립하고 주말엔 이렇게 나와서 시험해보고…” 유씨의 부인 백승희씨(40)의 싫지 않은 듯한 하소연.
유씨와 용간이는 올해 벌어진 해군참모총장배 대회에서 각각 일반부와 중고등부 3위를 차지했다. 용간이는 이번이 벌써 5번째 입상. 막내 무간이는 배가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이번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냇가에 발 담그고 자장면 먹는 기쁨
엔진보트가 물살을 헤치고 잘 달리는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펀크루저 대신 유씨가 시동을 건 시합용 돌핀은 조금 나가는가 싶으면 시동이 꺼졌다.
허리춤까지 물에 젖으며 고장난 보트를 꺼내오며 용간이는 “맨날 이래요, 아무리 점검해서 가져와도 꼭 말썽이 생긴단 말이에요”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이거 얼마나 재미있는 줄 모르실거예요.”
막내 무간의 귀뜸에 따르면 15분 달리면 45분은 정비하는 시간이란다.
잠시후 유씨가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거기 중국집이지요, 여기 다리 아래 뚝방에 있는데요 자장면 배달 좀 해주세요.”
시원한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먹는 자장면 맛. 정말 꿀맛이었다.
<광릉〓전창기자>jeon@donga.com
▼동호인 2000여명…20만원만 있으면 "나도 선주"▼
모형엔진보트는 이른바 R/C(radio control:무선조종)의 일종. 무선조종 모형 중에서 자동차 마니아가 가장 많고 최근엔 헬리콥터 등 모형항공기 동호인이 늘어나는 추세.
모형엔진보트 동호인은 전국 100여개 클럽에 2000여명이 활동 중이다. 모형엔진보트에 처음 접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국 400여곳의 모형 전문점을 찾아가는 것.
포뮬라원레이싱보트 모형인 슈프림급의 경우 동체와 엔진 등 일체를 장만하는데 50만원 정도가 든다. 하지만 동호인끼리 중고거래가 많아 20만원선에서 자신의 ‘애함’을 장만할 수도 있다.
모형엔진보트대회는 올해 11회를 맞이한 해군참모총장배가 유명하다. 이대회에 입상하면 군함을 타고 울릉도와 독도를 순방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모형업체 중에서 전세계 5위 수준인 아카데미과학에서도 매년 모형엔진보트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96년 창설된 한국모형엔진보트협회(home.hanmir.com/∼thforum/ 전화 02-489-3810)에서도 매년 전국순회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국 400여 모형 전문점은 www.modelaid.com/explore/index.html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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