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가장바쁜 프로축구감독은

  • 입력 2001년 8월 22일 11시 27분


"국내프로축구 감독 중 가장 바쁜 감독은 누구일까? 바로 부산 아이콘스의 김호곤 감독이라는데…"

프로야구나 프로축구팀의 감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멋있고 좋은 직업만은 아니다.

경기장에서 프로 선수들을 지휘하며 게임을 운영해나가는 모습은 우리 눈에 비춰지는 단편적인 모습일 뿐 실제의 프로 감독의 생활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

감독으로서 팀의 전반적인 관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선수들의 내면까지도 파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

얼마 전 프로축구 부산 아이콘스 김호곤 감독은 축구 감독이 아닌 동네 건달(?)로 변신을 하고야 말았다.

콜롬비아 출신 용병 하리가 연습에 불참하고 부산의 유흥가인 동구 초량동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머리 끝까지 열이 받은 김감독은 초량동 일대를 모두 뒤져 하리를 찾아낸 뒤 옆에 있던 그의 친구에게 실력행사(?)를 하고 하리를 숙소로 끌고 오는 해프닝까지 벌였던 것.

김감독의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또 하나의 골치거리는 용병 마니치. 마니치는 빠른 발과 정확한 슈팅으로 팀의 기여도가 높은 수준 있는 선수이지만 축구 선수임에도 불구 헤딩을 유난히 기피하는 버릇이 있는 것.

지난 18일에 기록한 골이 마니치가 한국에서 146게임만에 처음 기록한 헤딩골이었다.

이러다 보니 헤딩 연습을 할 때면 김감독은 마니치 옆에 달라 붙어서 정해진 연습량을 하는지 지켜보기 일쑤. 지금은 페루자 소속인 안정환도 부산 대우 시절 헤딩을 극도로 싫어해서 감독의 애를 먹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디 이 뿐인가?

김감독은 구단에서 약속한 홈 연승 수당을 불협화음 없이 선수들이 받을 수 있도록 대표팀에서 복귀한 선수들의 의사를 물어 시합에 임하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까지 보여주었다.

이처럼 감독은 경기에 대한 것은 기본이고 코칭스태프, 선수들 더 나아가 팬들에 이르기까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들이 부지기수.

‘가장 바쁜 감독=가장 좋은 팀 성적’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면 올 시즌 프로축구 정규리그 우승은 부산이 맡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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