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광은 94년 롯데에 입단해 7년 동안 국내 정상급 왼손투수로 활약했다. 5차례나 두자리 승수를 따냈고 96년에는 18승을 올리며 다승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왜 이렇게 됐을까. 입단 후 7년 동안 빠짐없이 규정이닝을 채운 그는 올 초 일본 지바 마린스 진출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로 전지훈련 기간을 보냈다.
시즌 첫 등판은 개막 이틀째인 4월6일 현대전. 그러나 2이닝을 던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팔꿈치가 아팠다. 완벽하지 못한 몸으로 등판을 강행한 게 실수였다.
더 큰 실수는 엿새 뒤 해태전에서 나왔다. 팔꿈치 통증이 가시지 않았는데도 그는 무슨 이유인지 12일 해태전에 등판했다.
“그날 마운드에 서면서 신나게 두들겨 맞겠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감독과 사이가 나빠 일부러 안 던지는 게 아니냐는 주변의 소리가 듣기 싫어 등판했다”는 게 주형광의 최근 답변.
주형광은 그날 해태전에서 스스로 한 시즌을 포기한 셈이 됐고 롯데가 시즌 초부터 마운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 제공을 한 셈이 됐다.
주형광의 마지막 실수는 재활기간에 나왔다. 컨디션이 80%밖에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넉 달 가까이 쉬고 있어 미안한 마음에 조급하게 공에 힘을 넣어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최종 종착역은 팔꿈치 인대파열. 투수에게 팔꿈치와 어깨는 생명과도 같다. 주형광을 보면서 국내 프로야구가 여전히 아픈데도 아프다는 말을 제대로 못하고 던져야 하는 수준이라면 너무 안타깝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픈 몸으로 말 한마디 못하고 던지는 투수는 혹시 없는지…. (야구해설가)
hyobong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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