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팡테리블’ 고종수(23·수원 삼성)가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올 시즌 잔여경기 출장이 어렵게 되자 유고 용병 우르모브(24·부산 아이콘스)가 “이게 웬 떡이냐”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고종수의 장기 결장으로 어시스트 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 됐기 때문.
우르모브는 29일 현재 6개의 도움을 기록, 5개로 바짝 뒤쫓고 있는 고종수와 곽경근(부천 SK)을 따돌리고 어시스트 1위를 달리고 있다. 고종수는 포지션이 왼쪽 미드필더로 똑같은 데다 센터링이 좋아 도움 경쟁에서 유일한 호적수였다. 고종수가 빠져도 곽경근과 박태하(포항) 김현석(울산·이상 4개) 등도 추격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은 우르모브의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우르모브가 ‘공포의 왼발’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로 잰 듯한 왼발 센터링이 일품인데다 이를 받아 넣어줄 ‘꺽다리’ 우성용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우르모브의 왼발 센터링은 김호곤 부산 감독이 “측면을 파고든 뒤 골문 앞으로 띄워주는 센터링은 국내에서 따라올 선수가 없다”고 단언할 정도로 뛰어나다. 1m80, 69㎏의 날렵한 체격에 파워와 스피드가 뛰어나 돌파력이 좋고 한 템포 빨리 띄우는 센터링을 제대로 막아내는 수비수가 거의 없다.
하지만 어시스트는 혼자만 잘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절묘한 센터링을 받아 넣어줄 골잡이가 있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우성용이 잘 소화하고 있는 것. 포스코 K리그에서 우르모브와 우성용의 합작품은 무려 4골. 이 골이 모두 우르모브의 센터링에 이은 우성용의 헤딩슛으로 나온 것만 봐도 이들의 ‘찰떡 궁합’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유고 올림픽대표 출신인 우르모브는 99년 부산에 몸담았지만 지난해까지 4골 2도움으로 활약상이 미미했다. 공수가 겸비돼야 하는 미드필더인데 수비력이 약해 ‘용병’임에도 ‘베스트 11’에 들지 못하고 교체멤버로 주로 투입됐다. 그러나 김호곤 감독이 지난해 초 사령탑에 오르면서 수비력을 강화시켰고 올 시즌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우르모브는 버스 안이나 호텔 등에서 동료들의 행동을 흉내내 웃음을 선사해 ‘익살꾼’으로 통한다. 성격이 밝고 성실해 한국 생활에도 잘 적응하면서 ‘어시스트 왕’을 향해 달리고 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