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본보 칼럼니스트)은 “경기 상대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강한 팀과 맞붙거나 박빙의 승부일 경우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직 성장기인 한국 여자축구의 경우엔 “승패의 50% 이상이 골키퍼 손에 달려있다”고 대표팀 간판 스트라이커 이지은(숭민 원더스)은 말했다.
유난히 무승부가 많고 골이 안 터지는 올 프로축구 정규리그인 2001 포스코 K리그. 전반적인 각 팀의 공격력 약화도 이유의 하나겠지만 그 이면에는 철벽 수문장들의 신들린 플레이가 똬리를 틀고 있다. 바야흐로 ‘골키퍼 전성시대…’.
수원 삼성과 부산 아이콘스를 제외하고 리그 중간 순위 상위팀들의 공통점은 경기당 실점률이 0점대라는 것. 물론 골을 적게 허용하고 많이 넣어야 성적이 좋겠지만 득점력을 비교해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다.
포항 스틸러스의 경우 16경기에서 17골만 넣고도 단독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도 포항이 잘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14경기에서 9골만 허용, 경기당 실점률 0.64의 거미손을 과시하고 있는 김병지가 있기 때문이다.
29일 리그 2위 성남 일화와의 경기는 김병지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김병지는 이날 후반 황연석 샤샤 등 성남 골잡이들의 소나기 슈팅에 맞서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철옹성을 구축했다. 경기 후 최순호 포항 감독이 “김병지를 백번 칭찬해도 모자랄 정도”라며 진땀을 닦아냈을 정도로 김병지의 이날 활약은 모든 선수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모처럼 시원한 골 폭죽을 터뜨리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안양 LG 역시 마찬가지다. 16경기에서 15득점에 그치는 등 올 시즌 극심한 공격력 난조에 시달리고 있는 안양이 그나마 5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실점률 0.75(16경기 12실점)를 기록중인 골키퍼 신의손 덕택이다. 신의손은 29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18분 노련한 다이빙으로 파울링뇨의 페널티킥을 막아내 이후 팀의 대승을 이끌어냈다.
이밖에 김병지에 이어 경기당 실점률 2위(0.69)를 달리고 있는 2위팀 성남 일화의 김해운, 99년 이후 105경기 1258분 무교체 전 경기 출장을 기록 중인 부천 SK의 이용발이 골잡이보다 인기 있는 스타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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