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히딩크 “다시 체력부터”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37분


거스 히딩크
거스 히딩크
지난달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5로 대패한 뒤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겉으로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태연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큰 충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진 대표팀 언론담당관은 “당시 히딩크 감독이 분을 삭이느라 라커룸을 서성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3일 귀국한 히딩크 감독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로 참패했을 때 여유있는 표정으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례없이 “유럽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대표선수 선발과 전술에 대해서는 자주 얘기했지만 강도높은 훈련에 대해서 강조하기는 처음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기술과 체력외에 정신적인 강인함도 거론했다. 결국 체력과 정신력 문제에 있어서도 직접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돼 히딩크 감독이 ‘새판짜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특정 대회에 맞춰 대표팀을 소집해 간단한 전술훈련을 벌였던 ‘선진 스타일’의 지도방식에 상당히 큰 변화가 올 전망.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4일 “당초 히딩크 감독이 부임할 때 짰던 대표팀 훈련일정을 확대해 다시 개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K리그 일정에 큰 차질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가급적 소집을 많이 해 발을 맞출 수 있는 기회를 늘리겠다는 것. K리그가 끝나면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갈 예정.

히딩크 감독은 3일 공항에서 호텔로 향하지 않고 대한축구협회로 곧바로 직행해 이 위원장과 함께 대표팀 운영에 대해 장시간 논의를 했다. 4일엔 이 위원장과 코칭스태프가 만나 13일(대전)과 16일(부산)로 예정된 나이지리아대표팀과의 평가전 엔트리에 대해 숙의했다.

이같은 히딩크 감독의 모습을 본 축구인들은 “얼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며 “월드컵에서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한국팀을 변신시켜야한다는 새로운 책임감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축구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고 희망을 던진 히딩크 감독. 그가 월드컵을 9개월 앞둔 한국축구를 어떻게 이끌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시점이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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