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메이저리그는 그 어느 해 보다 다재다능한 신인들 '풍년'이다.
올시즌 MVP투표에서 다수의 신인들이 '톱10' 안에 들 것이라는 전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소속팀 전력의 핵으로 활약하며 올시즌 페넌트레이스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루키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
미국의 스포츠 전문 주간지 ESPN매거진은 최근호에서 '이보다 더 잘할 순 없는' 메이저리그 신인들에 관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ESPN매거진이 꼽은 올시즌 최고 루키는 아메리칸리그의 스즈키 이치로와 내셔널리그의 앨버트 푸홀스. 양대리그 신인상(Rookie of the Year) 수상이 유력한 두선수가 모두 용병이라 이채롭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선두타자로 시애틀 돌풍의 '뇌관'역할을 맡고 있는 이치로는 일본프로야구 최고스타 출신이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타선의 핵' 푸홀스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이치로▶
이 잡지는 이치로를 올시즌 메이저리그 신인돌풍의 진원지로 지목하면서 경기에서 가장 재미있고 호기심을 끄는 선수라고 묘사했다.
다음은 ESPN 매거진에 보도된 이치로와 슈퍼신인들에 관한 기사 내용.
이치로의 플레이를 일본에서 본 몇몇 사람들은 그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 3할 타율과 도루 30개의 그런대로 괜찮은 성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올 봄 스프링캠프에서 그를 본 몇몇 사람들은 배트가 그의 손을 녹초로 만들어 버릴것이라고 생각했다. 7월말 이치로가 올시즌 유일하게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를 본 몇몇 사람들은 이제 리그가 이치로를 어떤 투구로 공략해야하고 또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지 알아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모두 틀렸다.
이치로는 8월에만 51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1996년 8월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54개의 안타를 친 이후 한달 동안 이치로보다 많은 안타를 생산해 낸 선수는 없다. 5일 현재 이치로는 212개의 안타와 3할4푼9리의 타율, 31개의 2루타, 8개의 3루타, 6개의 홈런, 67 타점, 46 도루, 112 득점을 기록중이다.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을 때 타율은 무려 4할8푼8리나 된다. 거기다 우익수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역량을 갖춘 외야수다.
이치로는 최다안타를 포함해 메이저리그의 각종 신인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메이저리그 신인최다안타는 폴 워너의 223개. 하지만 조 잭슨을 신인으로 인정한다면 233개가 된다.
AL 역대 신인 최고 타율은 웨이드 보그스의 3할4푼9리이다.
이치로는 AL 신인상을 수상 할 것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하게 같은 시즌에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프레드 린의 뒤를 이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8년간이나 뛴 27살의 이치로를 신인으로 분류할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부분은 논쟁 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8년간 뛰다 28살에 빅리거가 된 어떤 선수가 받은 신인상을 뺏으란 말이냐? 일본프로야구 수준이 미국의 트리플 A와 비슷하지 않을까?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세인트 루이스의 푸홀스는 5일 현재 타율 3할5푼5리, 34홈런, 109타점을 기록중이다. 푸홀스의 페이스는 NL 루키 한시즌 최다홈런기록인 프랭크 로빈슨관 월리 버거의 38개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또 푸홀스는 버거의 NL 루키 한시즌 최다타점인 119점도 충분히 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푸홀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우완 선발 로이 오스왈트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미 13승2패(방어율 2.68)를 거뒀다. 그는 127.2이닝을 던져 볼넷은 단 22개를 내준 반면 삼진은 128개나 잡아냈다. 4일 오스왈트에게 7이닝 무실점의 수모를 당한 신시네티 레즈의 1루수 숀 케이시는 오스왈트를 "이번시즌 자신이 본 최고의 투수"라고 추켜 세웠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좌완투수 C.C.사바티아는 빅리그 첫해에 팀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투수가 됐다. 이제 갓 21살인 사바티어는 95마일의 강속구를 앞세워 벌써 15승(4패)을 챙겼다. 그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자리를 꿰찰 것이다.
이들외에도 뛰어난 신인선수들은 많다.
스미스▶
뉴욕 양키스의 유일한 '구멍'인 2루베이스를 메우기 위해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에서 전업한 알폰소 소리아노는 역대 신인 2루수 가운데 3번째로 많은 16개의 아치를 그렸다.
필라델피아 유격수 지미 롤린스와 밀워키의 벤 쉬트는 당당히 올스타에 선발됐다. 세인트루이스의 선발투수 버드 스미스의 특급 피칭은 팀이 포스트시즌 티켓 싸움에 뛰어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스미스는 얼마전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제이슨 제닝스는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완봉승에 덤으로 홈런까지 날렸다. 메이저리그역사상 신인이 완봉승을 거둔 데뷔전에서 홈런을 친 경우는 1900년 이후 처음이다.
어젠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가 될 재목인 신시네티의 외야수 아담 던은 아름다운 스윙을 가졌다. 던은 8월에만 12개의 아치를 그려 한달동안 가장 많은 홈런을 친 NL루키가 됐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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